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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Oct 31. 2023

천천히, 시간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생각

천천히, 시간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생각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외출 준비를 한다.

8시 30분까지 엄마집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방 저 방 돌아다닌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바쁜 거지?라는 자각이 든다.


오늘의 외출 준비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다.

일단 씻는다.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기 위해 수건을 덮어준다. 그리고 그동안 기초화장품과 파운데이션까지 꼼꼼하게 펴 발라둔다. 나는 그 위에 파우더를 더 도포하기 때문에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발랐다가는 퍼프가 남아나질 않기 때문이다. 

© bermixstudio, 출처 Unsplash


그리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미용실의 스텝들이 내 머리를 말리는 모양새를 잘 봐두었기에 그대로 따라 한다. 실제로 해보니 가장 빨리, 잘, 예쁘게 되더라는 경험이 있다. 왼손으로는 열심히 헤어드라이를 위아래로 흔들고 오른손은 바쁘게 머리를 턴다. 


문득 오른손 왼손을 이렇게 바쁘게 흔든다고 해서 머리가 말려지는 속도의 차이가 별로 없음을 느낀다. 그냥 내 팔만 아플 뿐이지. 그럼 나는 왜 이렇게 정신없이 이러고 있는 걸까?


나의 선천적 급한 성격이 원인 가능성 1위, 그리고 뭔가 꽂히기 시작하면 가속부스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뇌의 쓸데없이 역량 탓이리라. 결국 결과는 같을 터인데. 이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준비 끝나고 오후에 써야지 하다가는 이 생각조차 사라질 것만 같아 부랴부랴 책상에 앉았다. 덕분에 일필휘지 아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사실 루틴은 늘 정해져 있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다 말린 후 머리에 집게핀을 집어둔다.(머리 세우기) 그리고 얼굴에 파우더를 바른다. 한 5분의 시간 동안 색조화장을 마친다. 그동안 머리는 잘 세워져 있다. 미리 달궈둔 고데기로 마무리 터치를 끝내면 마음에 드는 머리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음이 급해져서 서두른 날은 화장도, 헤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날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데, 여전히 나는 손과 발이 바쁘다. 개업하는 가게 앞에 세워둔 풍선 인형 마냥 손과 발이 따로 휘날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나면 어느 순간 털썩 소파에 쓰러지듯 안게 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TV를 켜고, 드라마에 빠져든다. 이런 날 밤에 하루 정리 할 때 하루를 흐지부지 보낸 것 같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천천히 해도 된다. 남은 날의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그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면 한 단계씩 가면 된다. 한 번에 2개씩 하려니 뇌도 덩달아 급해지고 지시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한 손과 발은 풍선처럼 흐느적거리게 될 테니 말이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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