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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Nov 15. 2023

살 빼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1

살찌는 체질로 변화하다


살 못 빼는 사람의 원인과 이유부터 시작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칼로리를 따지는 삶을 살기 시작한 그날 나는 꽤 슬펐다. 왜 음식을 계산하면서 먹어야 하지?

맛있게 먹으면 그만인데, 그러고 있으면 있던 입맛도 달아나기 일쑤이니 말이다.

사실 나의 체질은 먹어도 먹어도 안 찌는 귀한 몸이었다. 초등학생2학년의 몸무게가 18kg, 6학년 시절의 몸무게는 26kg이었다. 이 숫자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다들 충격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우리 집을 먹을 것도 없는 최극빈층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 잘 사는 집이 아닌 것은 맞다. 엄마아빠의 수입이 적지 않았음에도 아빠의 형제 5인방의 대소사를 해결해야 했고, 내 형제 5인의 대소사 역시 부모님 몫이었으니 월급쟁이 수입으로는 쉽지 않다. 전문용어로는 <외상>, 요즘 표현으로는 월급 돌려 막기를 시행하셔야 했단다. 심지어 문구점에도 엄마가 당당하게 외상거래를 터 놓으셨다. 다행히 우리 엄마는 VIP 셨다. 월급이 나면 제일 먼저 해결하는 것이 그달의 외상값이었으니 신용카드 사의 우수고객의 전신이셨을 거다.


어쨌든 못 먹고사는 집은 아니었으니 왜 이렇게 말랐냐는 질문에 답은 못했다. 밥도 고봉밥을 먹었다. 원래 안 찌는 체질인 줄로만 알았다. 고3 때도 40kg을 넘기지 못했다.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 겨울방학에는 학교도 멀고, 춥다는 이유로 집에서만 뒹굴 했더니 난생처음 43kg을 찍었다. 이때 체중 증가의 원인을 알았어야 했는데, 말라깽이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이 내 관심이었다. 주변에서는 이제야 예뻐 보인다며 덕담을 해준다.


학교를 졸업하고 게임회사에 입사했다.  정이 넘치던 그 시절에는 집과 회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 그 당시 게임회사의 현실이었기에 나 역시 그 삶을 살아갔다.

집은 씻고,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의 역할을 할 뿐이다. 매번 잠은 새벽 쪽잠을 잤고, 귀찮다는 이유로 책상에 앉은 채로 햄버거와 짜장면과 김치찌개가 주식이었던 나날들이었다.


시나브로 살은 쪄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이 찌는 것조차 몰랐다. 사진을 찍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거울을 보면서도 눈치채지 못하는 둔탱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살이 왜 찌는 것인가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채로 강산이 여러 번 바뀌고 <나잇살>이라는 것이 붙기 시작한다. 더 이상 빠지지 않는다.


양심상 수없이 많은 다이어트를 했노라고는 말 못 한다. 그래도 두 번의 성공기를 가지고 있다. 한 번은 매일 한 숟가락씩 적게 먹기와 밤에 안 먹기로 성공했다.

또 한 번은 33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통해서 아주 건강하게 살을 뺄 수가 있었다.

그 외의 도전은 식탐을 이기지 못해서, 꾸준히 운동하지 못해서 매번 저버렸고, 몸은 점차 살찌기 쉬운 상태로 변해 간다.



스크롤이 길어지니 다음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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