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탄지우개와 연탄집게

by Sonia
nv_1576204330955.jpg 출처 네이버 카페

우와 이거 뭐야?

연탄집게네 이거 어디서 팔아?

안 팔아. 우리 엄마가 만들어 준거야.

나도 만들어 달라고 해 줘


그날은 우리 반에서 내가 인기스타였다. 요즘 연탄을 얘기하면 그게 언제 적 얘기야 싶을 테다. 불과 30녀년전에는 아파트에서도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마지막이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국민학교 5-6학년 즈음 되었으려나 싶은 때였다. 집에도 검은 연탄, 다 타고 재가 된 히끄무리한 연탄이 있었다. 검은 연탄이 가득할 땐 곳간이 가득한 것 마냥 든든하게 여겼고, 흰 연탄이 많으면 아휴 저걸 언제 들고 내려가나 싶었다. 우리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 5층집이다.


거실에서 배 깔고 엎드려 연필로 삐쭉거리며 뭔가를 그리니 소나무 비슷한 나뭇가지가 나온다. 아닌가 싶어 필통에서 까만 연탄 지우개를 꺼냈다. 쓱쓱 지우니 까만 지우개똥이 나온다. 이번엔 하얀 연탄 지우개를 꺼냈다. 하얀 지우개똥이 나올 것 같았다. 회색 지우개 똥이다. 집중력이 붕어기억력과 비슷한 나는 그새 놀이를 연탄갈기로 바꿨다. 아래에는 하얀 연탄을 위에는 까만 연탄을 올리며 애써 구멍을 맞춰봤다.


옆에서 물끄러미 보던 엄마가 묻는다.

지우개야? 응

요즘 별 희한한 게 다 나오네. 연탄집게는 없어?

ㅋㅋ 웃기지. 근데 연탄집게는 안 팔아


다음날이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신 엄마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건넸다.

비닐봉지를 풀어보니 작은 철사조각이 붙어있다.

하하하 연탄집게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연탄 지우개와 사이즈도 안성맞춤이다.

와 우리 엄마 천재다! 를 외치며 좋아서 방방 뛰었다. 엄마 다음에는 쓰레받기 만들어 줘. 양동이도 만들어줘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을 만들어 준 엄마가 좋았고, 소박한 물건이나마 기억하고 만들어준 엄마의 손재주에 감동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엄마랑 파를 다듬던 어느 날 이 얘기를 했더니 기억에 없단다. 내가 언제 그런 걸 만들어 줬냐? 하신다. 엄마는 기억이 안나도 나는 잊을 수 없는 엄마의 추억이다. 목소리 크고 눈 부라리면 세상 제일 무서운 엄마였어도 그때만큼은 내겐 최고였다.



매번 미운 엄마 타령만 하다가 생각해 보니 좋은 기억도 많았다. 평생 신경성 위염 증상을 달고 살았다. 그중 1/3의 이유가 엄마였지만 지금은 엄마랑 잘 지내보려고 한다. 엄마와 화해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좋은 기억 하나 꺼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가 아픈 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