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가 통유리로 둘러싼 거실 한쪽 모퉁이에 하얀 책상 하나, 누군가 3일쯤 감지 않은 머리를 긁적이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다. 고정된 눈과 달리 손가락은 100미터 달리기 결승전에 도달할 것처럼 숨 가쁘게 움직인다. 붙박이처럼 멈춰있는 왼쪽 팔뚝과 달리 오른쪽 팔뚝은 키보드 오른쪽 면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오른손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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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풀하우스에서 여주인공 송혜교의 뒷모습니다. 아 풀하우스에서 작가 지망생인 송혜교가 글을 쓰고 있는 장면이다.
오픈톡방에 올라온 사진 하나
테이블 위에 올려진 펼쳐진 책, 테이블 왼쪽 위에는 김이 모락 나는 커피잔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 다른 사진 하나
중심 피사체가 창 밖 풍경인 듯 흐릿한 책과 커피 잔 위쪽으로 창 밖 풍경이 보인다.
"어디야?"
"응 카페에서 책 읽고 있어."
"카페가 참 예쁘다 ^^"
부럽다. 편안해 보인다. 나도 하고 싶다. 그 카페에서 그 자리에 책 읽고 싶다는 따라쟁이 욕심이 솟는다.
주섬주섬 책을 챙겨 동네 카페라도 나가본다. 사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 작은 동네카페이다 보니 빈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책 한 권 읽어보고 싶어서 주섬 주섬 자리를 잡았다.
독서대 없이 책을 읽으니 이젠 목이 아파온다. 소파에 기대어 읽으려니 허리가 아프다. 책 한 권 읽으려고 독서대까지 챙겨 온다. 휴대용은 생각보다 책을 지탱할 힘이 약하다. 적당한 형태의 독서대는 무게가 상당하다. 커피 주문하고 독서대 세팅하고 주문한 커피 받아 책을 올려놓으니 제법 그럴듯하다.
3페이지쯤 읽었을까? 띠링하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눈과 손이 동시에 반응한다. 대충 중요한 문자나 톡인가 싶어 살펴보면 대부분 광고일 뿐이다. 그런데 다시 휴대폰을 엎었다면 좋으련만 붕어 기억력을 소유한 필자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확인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링크를 눌러버린다.
이거 중요한 거야 라며 개인톡에 공유시킨다. 다음 또 뭐가 있지? 라며 페이지를 옮기거나 문자 삭제를 시작한다. 즉 중요하지 않은 일에 빠져 버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 한 권 읽자는 소박한 그날의 목표는 그렇게 최대 10페이지 정도 손때를 묻혔을 뿐이다. 사실 중요한 일은 평일에 연락이 온다. 주말 하루에는 꼭 확인해야 할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이다. 이동형 전화기, 휴대폰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니 삶의 모두가 그 손바닥 정도의 기계에 담겨 있다.
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보았을 때 스마트폰의 존재감을 새삼 실감했다. 나의 삶을 스마트폰에 담다 보니 내 집도, 내 친구도, 내 일도 모두 그 속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기계를 분실했을 때의 최상의 가정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평온한 주말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에 잡혀버린 나의 영혼과 손발을 쉬게 하고 책을 읽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은 그저 욕심일까? 작은 화면이 쏘아내는 전파들에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리고 급기야 눈물이 흘러내린다. 주말만은 눈을 쉬게 해 주고 싶지만 하루 종일 잠만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책으로라도 달래고 싶다. 문득 책을 잘못 선택한 것인가 싶다.
최근 웹소설에 빠져 있다 보니 소설을 보는 것은 집중력 최고다. 그 외의 장르는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에 눈이 향하는 것도 어쩌면 자기 계발에 지쳐가고 있어서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