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험난했던 지난 2주간의 '브런치 북 공모전' 쌩난리를 마감 기한을 하루 남기고 마무리했다.
엄두도 못 냈다가 해볼까 용기 냈다가 또 좌절했다가 결국 질러버린 브런치 북 공모는 사실 아줌마가 된 후 처음으로 가져본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난 전업 주부다. '집에 엄마가 있는 아이'로 자식을 키우고 싶다는 남편의 말을 따라 경력 단절을 당연시 생각하며 보내길 11년인 사람. 돈 한 푼 안 나오는 '글을 쓰는 행위'가 쓰잘데기 없는 일이라며 노트북 앞에 앉기만 하면 한숨부터 쉬며 방해공작을 일삼는 삼대독자 종손 + 외동아들 남편을 모시고 사는 아줌마.
그런 아줌마가 어느 날 '브런치'를 알게 되고 '브런치 북 공모전'까지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크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의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 주변:남편의 영향 때문에) 모습이 아닌 소신껏 글을 쓰는 엄마의 (집안일 말고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셔였다. 하나 더, 맘 구석 어딘가에서 묵은지가 될 지난 여행기를 이왕이면 그럴듯하게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도 그랬고.
그렇게 처음은 남편의 방해공작을 물리치며 정해진 틀도 없이, 기약도, 맥락도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아무렴 집안일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 할 수 있다는데 그 이상을 꿈꾸는 건 욕심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웬걸 글이란 게 쓰다 보니, 아니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다 보니 자꾸 탐이 나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도가 터 경지에 오르신 여러 작가님들의 글은 읽는것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유혹적이었으니까. 그러니 제대로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치솟는건 당연했겠지.
물론 유능한 작가님들과 내 가벼운 글이 비교가 되어 주눅이 들기도,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전염된 열정이 결국 내 안의 잠재된 욕망을 흔들어 깨우는 상황. 그렇다 보니 그분들을 닮고 싶었다.
글 쓰는 기술을 티 내려 들지 않고 그저 흔들림 없이 글을 쓰는 그들의 뚝심이 말이다.
그러다 알게 된 '브런치 북 공모전'.
초보에 또 초보를 곱한 나 같은 글린이(글 쓰는 어린이라고 해둘게요)는 사실 엄두도 못 낼 큰 행사라 처음엔 감히 넘볼 생각도 못했지만 볼수록, 읽을수록 탐이나 결국 도전하고야 말았다.
'혹시, 나도?'
'그래, 너도!'
그리하여 마침내!!
그동안 써온 여행기를 (아직 포르투갈 편은 쓰지도 않았는데) 미완성의 상태로 묶어 브런치 북 공모전에 내어 드렸다.
브런치 북을 준비하는 지난 2주간은 진정으로 흥분되고 짜릿한 날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목표로 바라보고 달려가는 자리에 내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고, 비록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한없이 초라할지라도 내 안에 남아있는 열정의 불꽃을 찾아냈다는게 신바람 났다.
해도 티 나지 않는 집안일의 틈새에서 즐겨본 그 시간.
특히나!!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아닌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그로서 인생 참살이에 대한 기쁜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이제 고작해야 스물여섯 개의 글을 올린 글린이로서 과연 내가 얼마큼의 능력을 펼 쳐 보일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이것만은 다짐할 수 있다. 이제부터의 나는 남편이 말하는 '집순이+ 밥순이=전업주부'가 아닌 '브런치 작가 킬번댁' 으로서의 능력을 펼쳐 보일 거라는 걸. 그렇게 고집스럽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남편의 외조를 받고 저력을 펼치는 진짜 작가로 거듭날지 어찌 아는가?
끝으로 세상의 또 다른 '킬번댁' 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주방세제 뒤편에 숨어있는 나의 열정을 찾아 글로써 불태워 보기를
바라본다. 분명 기대하지 않았던 세계의 문이 열릴 테니까. (장담할 수 있다.)
마흔 살 아줌마의 열정으로 써 내려간 글. 그렇게 만들어낸 브런치 북.
다음은 그대의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