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싫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몸이 아팠으면 좋겠다. 아니면 출근길에 지하철이 고장 나서 꼼짝없이 갇혔으면 좋겠다. 한 3시간쯤 갇혀 있으면 피해 갈 수 있을 텐데. 그냥 상갓집 핑계를 대볼까.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내서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말이지. 아니다, 이 카드는 끝까지 아껴둬야지. 아, 정말, 왜 아침부터 발표를 하라는 거야. 오후에라도 하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사장님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지 않으려나. 그랬으면 진짜 진짜 좋을 텐데. 아, 진짜 싫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는 시간만큼, 내일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근무시간에는 출퇴근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가 근무시간이라면, 사실 우리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나는데도 말이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다. 퇴근길에 술 한 잔 하고 밤 11시에 집에 가도 오후 6시까지만 일한 것이다.
주말에 체력 보충을 위해 늘어지게 잔 잠도 그렇다. 그렇게 잠을 잔 이유는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기 위함이지만 회사가 알아줄 리 없다.
그렇지만 억울해하지는 말자. 우리 스스로 회사와 합의해 정한 규칙이니까.
대신 출퇴근은 칼같이 지키자. 시간의 출퇴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출퇴근도 포함된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출근과 함께 시작해 퇴근과 함께 끝내는 것이다. 원래 직장인은 그렇게 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니까. 하루 24시간 중에 딱 9시간 만을 일하고 스트레스받는 조건으로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니까, 계약에 맞추어, 그 시간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러니 출퇴근 시간도, 술 한 잔 하는 시간도, 주말에 낮잠 자는 시간도 모두 일 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은 오롯이 내 것이고 나를 즐겁게 할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맞다. 딱 9시간, 야근을 한다면 딱 그 시간만 더해 일하면 그 이상 일 할 필요도, 그 이상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계약 위반이다.
톡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온다? 그럼 그때만 상대해주고 잊으면 된다. 퇴근 후 업무 연장이 나의 저녁 기분을 망쳤다고도 생각할 필요 없다. 그런 마음에 빠져 있느니, 빨리 퇴근 모드로 마음을 전환하는 것이 남은 하루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퇴근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고 내 인생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재수가 없고 기분이 나쁠 뿐이지, 그냥 가던 길로 계속 가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퇴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몸만 퇴근해서는 안 된다. 마음도 함께 손 잡고 퇴근해야 한다. 마음을 퇴근시키지 못하면, 계약에도 없는, 별도의 수당도 받을 수 없는,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는 야근을, 내 침대에서 하게 된다.
몸과 마음이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이 진짜 퇴근길이다. 그리고 그때는 새로운 출근길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즐거움으로 향하는 출근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