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을 뽑는데 화학과 출신이 지원했다. 이유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골탕을 먹이고 싶었나 보다.
"화학과를 졸업했는데 왜 영업직에 지원했나요?"
"영업만큼 아름다운 화학반응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매처를 찾아가 인사하고 저희 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단지 물리적 접촉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만나 불꽃이 튈 것 같은 강렬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비로소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그 구매는 이익을 수반합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화학반응, 제가 영업을 가장 아름다운 화학반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그래서 영업직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려니 저 말이 진심처럼 느껴진다. 그는 타고난 영업맨이었다.
오늘 복권을 산다고 당첨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 추첨일이 되어 봐야 안다. 내가 화학을 전공했다고 전공에 관련된 직장에 들어가게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 취업을 해 봐야 안다. 내일 일은 내일이 되어봐야 아는 것이다.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니까.
그렇기에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은 내일에 대한 꿈과 목표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오늘을 다듬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만약 꿈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오늘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라는 내일의 모습이 없는데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오늘의 내가 늘 혼란스러운 것은 그런 이유이다. 오늘의 꿈과 목표가 늘 바뀌는 것도 그렇다. 열심히 직장생활 잘해보자고 마음먹었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다 때려치우고 싶어 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 내일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화학과 출신의 영업맨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공을 못 살리고 이런 직장에 들어온 그런 한심한 사람은 아니다. 아직 내가 되고 싶은 무엇을 찾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하다 보니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것뿐이다.
오늘도 여전히 내일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일은 어떨게 될지 모르니까. 내일이면 어렴풋이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니까.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니까.
꿈은 내일이자 완료형이다. 요리사가 되고 작가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취미는 오늘이자 진행형이다. 요리를 하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다. 직장인이 취미 하나쯤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하나씩, 조금씩 내 마음이 즐거워하는 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일의 그림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자. 오늘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아가자.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