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번데기탕 하나 시킨다.
나의 오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이니까.
절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직장생활만큼 중요한 것이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노후준비'. 듣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말이다. 지금 쓸 돈도 없는데 늙어서 쓸 돈까지 어쩌라는 것인지. 그렇다고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걱정한다고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노후자금 마련은 오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내가 버는 돈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돈 걱정만 하게 된다.
오늘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나름의 노후준비를 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걱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걱정은 딱 거기까지면 된다.
돈 걱정 다했으면, 이제 내 걱정을 해보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금 보다 오히려 은퇴 후에 더 절실한 질문이다. 생각보다 이 질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건물 하나 사서 월세나 받고 살았면 좋겠다는, 기승전 '돈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꿈만 꾸고 살면 좋겠지만, 그날은 지금도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은퇴는 휴가가 아니다. 일하다 쉬는 시간이 아니고, 죽기 전까지 살아가야 할 또 하나의 인생의 단계이다. 그때의 시간을, 그때의 마음을, 그때의 나를 온전히 채워줄 준비가 필요하다. 그날이 오면 김 부장도 이 과장도 없다. 당신의 하루에는 오롯이 당신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이 채우지 못하면 누구도 채워주지 못한다.
말이 거창했지만 대단한 준비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놀이 하나쯤 찾아놓자. 인생의 그 어떤 날보다 여유롭고 편안할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놀이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오늘의 취미이다.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조금씩 내 취미를, 나를, 내 즐거움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인생의 진짜 절정은 내 마음의 절정에서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