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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ul 09. 2023

10. 7월의 어느 날

7월 - 비가 많이 온다.

일주일간 친언니가 우리 집에서 놀다가 어제 떠났다.


언니는 부모님이 계시는 지역에 따로 살고 있는데, 저번 주에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1주간 함께 생활을 하고 금요일 아침에 떠나버렸다. 그리고 며칠 만에 온전히 혼자 있는 주말이 돌아왔다. 좁아터진 방에서 두 명이 함께 지내다 보니 물론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막상 돌아가니 심심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또 그러다가 금세 또 혼자 있는 게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니가 가고 다음날, 나는 토요일 오전에 핸드폰을 바꿨다. 5년 4개월을 사용한 갤럭시 S9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S22가 나에게 왔다. 만약 내가 부주의하게 떨어뜨리지 않아 액정이 깨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6년 이상도 거뜬히 사용했을 나의 갤럭시 S9을 기꺼이 보내주고 토요일은 이렇게 새로운 폰에 적응을 하느라 이것저것 만져보고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다. 비가 많이 왔다. 폰 가지고 노느라 늦게 잠이 들고 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딱히 하는 일도 없는데 훌쩍 지나가버린 일요일이다. 머리를 감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개운하게 씻고 나서 엄마가 보내준 얼려두었던 삼겹살볶음을 녹여 김치와 먹었고, 친구와 엄마와 통화도 하고,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나가 커피도 사 왔다. 어제 폰을 구매하면서 6개월간 높은 요금제를 써야 하는 바람에 넷플릭스도 강제(?)로 보게 되었던 터라, 예전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랬다. 별일 없이 무탈하게 흘러가는 주말이다. 다행히 내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도 별 일없이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과자를 사다 놓으면 개눈 감추듯 먹어버리는 아빠가 얄밉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서 과자 때문에 싸우지 말라고, 깜짝 선물로 과자 한 박스를 집에 보내 놓기도 했다. 아마 내일이 되면 받고 즐거워하겠지 생각을 하니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요즘 나는 계약 기간이 6개월 정도로 남아 이직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하나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보같이 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다 내세울만한 역량도 없고 그저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는 후회, 무엇보다 부족한 부분을 알면서도 더 나아지는 선택을 하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늘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이렇게 문득 평범한 주말을 보내면서,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함을 잃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넓고 살아가는 방법도 수천 가지일 것. 나 또한 나만의 색으로 나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나가면 그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무척이나 나만의 고유한 색을 찾고 싶은 7월의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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