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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un 30. 2023

09. 잘하고 있다, 나 자신아

6월 첫 번째

왜 나는 무언가 쓰려고 하면 늘 아쉽고 후회스러운 주제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일들에 대한 반성과 다짐보다는 우선 지금까지 잘해왔고 또 칭찬할 만한 일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과연 그동안 내가 잘해왔고 또 자부심을 느낄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ㅎㅎ  


첫 번째, 우선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단단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유행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중심을 잘 잡는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이건 좀 장점인 것 같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 가치에 맞게 선택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며, 호불호가 심하지 않은 성격이 되어버렸다. 웬만한 일에서 스스로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다 보니 다소 고집이 강하다는 말도 듣긴 하는데, 이 또한 생각하는 이들의 차이일 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린다. ㅎㅎㅎㅎ  

(추구하는 가치는 신뢰, 자연, 다양성, 그리고 즐거움, 행복 등이 있다)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옷들 중에 5년 이상 10년이 되는 것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굳이 왜 고장 나지도 않은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는지 등의 이유로 쉽게 바꾸지 않는다.


두 번째. 나는 선하다. (ㅎㅎㅎ칭찬을 쓰려고 보니 너무 민망하다.) 사실 선하다 혹은 착하다는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선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던 몇 가지 일들이 생각이 나서 칭찬으로 써주고 싶었다.  대학교 때는 돈이 없으니 할 수 있는 헌혈이나 네이버 콩을 모아서 기부하는 것을 했다.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터는 종종 안타까운 뉴스를 보면 생활비를 아껴 2-3만 원이라도 기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가 진짜 자랑스럽게 여긴 선한 행동은 따로 있다. 바로, 하나의 생명을 살린 일이다.

거실 창가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무언갈 쳐다보고 지나가는 걸 보았다. 알고 보니 박스에 벼려진 낑낑 거리는 강아지였고, 살펴보니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대소변이 털에 엉켜 있어 악취가 풍겼다. 어우 진짜로 당장이라도 벌레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무서웠지만 안쓰런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인터넷을 뒤져 보호센터에 연락해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나중에 예쁘게 미용한 강아지가 입양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울컥했다. 이게 내 생에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었던 일이다.


세 번째 나는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내 인생은 언제나 나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게으르지,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하지, 왜 나는 노력을 더 하지 않았을까? 기타 등등 남들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도 생각해 보고 자책하고 항상 다음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모든 게 힘들었는데, 그저 나의 성격인 것 같아서 나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뭔가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되었고,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어려움이 오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리하여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진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각하고 분리해 보면 스스로 덜 다치지 않는 연습이 되는 것 같다.


네 번째. 나는 소소한 행복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부분으로 칭찬한다. 나자신아.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이 아니라도, (해외여행, 맛집 탐방, 스쿠버다이빙, 골프, 테니스 등) 나는 동네를 산책하고,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자전거를 타는 것에 행복과 감사함을 느낀다. 일상의 평화로움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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