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다 보면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이번 연극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유독 마음이 가는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마샤' -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서두의 수식어로 '친애하는' 보다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사는지도 모르는 마샤에게'라고 써달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등장에서부터 상복을 입고 나오는데, 매사에 무기력하고 또 슬퍼한다. 극 중에서 그녀가 이토록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이뤄질 수 없는 짝사랑과, 회피성으로 자신을 따라다니는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샤가 일상에 무뎌지고 이전보다 더 시니컬하게 변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 짠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 마음이 쓰인 거 같다. 인생을 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듯해지고, 타인에게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아 지는 것을 다시 한번 마샤에게 공감을 느끼며 깨닫는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희곡에서 '갈매기'의 여러 가지 모습은 곧 19세기 작품의 캐릭터를 빛대어 보여주며,
동시에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투영해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극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느끼는 감정과 대사에 설득력이 느껴졌고 이해와 함께 몰입감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오늘 연극을 보면서 숨죽였던 모든 순간들. 빛과 조명, 바람소리 그리고 대사와 숨소리 모두 소중한 기억과 경험으로 간질 될 것이다.
이번에는 교수님의 추천을 받은 작품으로 고등학교시절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학부시절부터 존경했던 교수님과 연락이 닿는 것도, 이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가는 것도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여러모로 23년도에는 오래전부터 소원하던 일들이 현실로 이뤄진 감사한 해이다. 이제는 현재를 기준으로 또 다른 소원과 바람을 생각하며 언젠가 이루어지는 날을 다시 상상해 본다.
P.S 나는 생명을 잃고 박제된 갈매기보다 평화롭게 자유로운 비행을 하는 갈매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