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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Sep 24. 2023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요즘 들어 문득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학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미생에서, 인생은 문을 여는 것으로 하나의 문을 열면 또 하나의 문이 나온다고 했던 뽀글 머리 대리님의 대사가 생각났다. 내 나이 곧 서른, 만 나이로는 28살이 되어보니 (세상이 변하니 나이도 변하는구나 하는 새삼 늦은 깨달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과 취업이라는 문이 열렸고 동시에 결혼과 또 다른 교육(?)의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다른 느낌의 고민이 나에게는 감사하기도 하고 또 복에 겨운 것이기도 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왜 항상 나는 현재를 온전하게 즐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평생 스스로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뭔가 움직여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귀찮고 행동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우선은 완벽하게 먹고 쉬면서 놀아보자고 해도, 죄책감이 들고 쫓기는 기분과 뒤쳐진다는 불안에 딱히 즐겁고 편안한 휴식을 쉬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의식적으로 불안을 떨쳐내기 위한 지극적인 콘텐츠, 그리고 음식을 가까이하게 되면서 부정적인 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나를 위한 집중과 선택의 질이 낮아지는 기분. 내가 제대로 쉴 수 있도록 나를 돌봐야 한다.


사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도,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기는 하다. 나름대로 원하는 것들은 차근차근 이뤄나가면서 살고 있지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충만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 싶다.


나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러한 결과는 내가 속한 집단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선택과 화학작용을 통해 달라지기도 한다. 이에 따른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 삶을 이룬다.  

아침에 10분 더 잘까, 밥은 무엇을 먹을까, 남는 시간에 책을 읽을까 드라마를 볼까, 유튜브 아님 넷플릭스, 엄마한테 통화를 할까 친구한테 만나자고 할까,  날씨가 좋은데 자전거를 탈까, 머리를 감을까 말까, 학원이 좋을까 아님 그냥 온라인 강의를 들을까, 이번달 저축은 얼마나 해야 하지, 다음 달에 챙겨야 하는 생일이나 결혼식이 있나?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나'이며, 결국에는 '나의 삶' 이기에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의 것이 되어야 조금 더 인생이 충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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