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다.
이번 주부터 아침밥을 꼭 챙겨 먹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오늘도 역시나 간신히 씻고 출근시간에 맞춰 나가기 급급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아침마다 하는 루틴이 하나 있는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 동안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오늘도 늦었지만 집을 나오면서 전화번호를 눌렀다. 보통 3번에서 5번 정도 연결음이 울리고 나면 어김없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근하냐 ~ 오늘은 좀 늦게 나간다?!"
나는 엄마와 아빠와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별일 아닌 일에도 어리광을 부리며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하곤 하는데, 조금 귀찮을 만도 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반겨주는 엄마와 아버지다. 내가 이렇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조금 속상한 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투정을 부리고 나면 금방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을 들어주는 부모님이 있어 든든하다.)
그런데 언젠가 깜빡하고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전화를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며, 걱정했다고, 그래도 별일 없으나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언제나 비슷한 시간대에 전화를 했기 때문에 내심 기다려지셨다보다. 이런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약속, 어린 왕자의 이야기 속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