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Mar 01. 2020

나 홀로 생활 2. 동물병원 데려가기

정초코 귀가 아프다.

우리 집 강아지 초코가 며칠 전부터 귀를 긁는다. 간지러워서 긁는 건지 고통을 잊기 위해 긁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흐느끼면서 벅벅 긁어대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보기는 내가 더 힘들다.

인터넷에서 귀 청소를 해주면 된다고 하길래 응급처방으로 귀 청소만 맡겼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리하여 초코는 결국 동물병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근처 동물병원을 찾았다. 주말은 5시까지라고 해서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먹고 병원에 갈 준비 했다. 초코는 그 옆에서 또 귀를 벅벅벅버버벅 긁고 있다. 미친다 진짜.

병원까지는 걸어서 25분이 걸린다. 산책 가는 줄 알았던 초코는 예상과 다른 길로 접어드니 약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래도 나를 끌고 가는 힘은 대단하다.


잠시 후 동물 명원에 도착했고 처음 방문에 설문지? 같은걸 작성했다. 동거 동물이 있는지에서부터 강아지 이름 몸무게, 나이 그리고 사료 이외에 뭐 먹는지까지 물어본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나에 대해 이 정도까지 물어보지 않데 강아지 처음 왔다고 막 물어보다니... 신세계다.

내가 동물병원을 찾은 건 어릴 때 키운 강아지 코코 예방 접종하는 거 아빠 따라갔다 온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직접 보호자가 되어 강아지 접수를 시키니까 정말 개엄마가 된 거 같다.  알 수 없는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순탄하게 접수를 끝내고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강아지 귀를 보시더니 한쪽 귀만 부어있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물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알레르기나 피부병인 경우에는 양쪽 귀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시니 마음이 놓였다.

병원에서 귀를 청소하고 부기를 빼고 가렵지 않도록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비슷한 효과를 주는 알약 5일 분을 처방받았다. 말도 못 하고 귀가 얼마나 가려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겁 많아서 벌벌 떨면서도 있는 힘껏 밀어내는 강아지.... 치료하는데 엄청 힘들었다. 간호사님 두 분이 붙잡고 선생님이 간신히 약을 넣었다. 간식을 줘도 받아먹지 않았고 물려고 해서 나중에는 입마개도 했다. 온몸이 근육질이라고, 산책 자주 나가시냐고, 힘이 장난이 아니라고, 칭찬하시는데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서워하는 건지 모르겠다.


병원에 자주 안 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익숙해져서 좀 얌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동물병원 한 번 다녀왔더니 총 3만 6천500원이 깨졌다. (치킨 두 마리 사 먹을 수 있는 돈 ㅜㅠㅠ) 강아지 키우는데 정말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정성이 들어간다. 역시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지.

사람이랑 똑같은 약봉지다. 동물도 사람을 입양한다는 마음으로 해야한다. 와우...


오랜만에 초코랑 단 둘이 데이트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아프지 말아라 강아지야. ㅠ약은 개가 먹는 거라고 해서 뭐가 다른 줄 알았는데 그냥 사람이 먹는 거랑 똑같이 그냥 알약이었다. 그래서 사람처럼 물 떠서 가져다줘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간식에 숨겨서 주면 된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정신 차렸다.




초코 너는 개냐 사람이냐?

약 덕분에 하루에 2번 간식 먹을 수 있겠구나 ㅎㅎ 축하한다.



작가의 이전글 선물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