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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Mar 09. 2020

말에 대하여

32년 차 부부의 싸움을 지켜보는 딸 

말을 너무 쉽게 한다. 

친하다고 익숙하다고 쉽게 내뱉은 말이 듣는 이에겐 상처다.  좋은 말도 여러 번 하면 듣기 싫다. 하물며 장난이라도 남을 비하하고 깎아 내리는 말은 얼마나 짜증 날까? 말하는 사람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모르고 그냥 습관처럼 하겠지만 듣기 싫다. TV 보고 밥 먹을 때마다 같은 말을 하면 잘못한 사람에게 하는 옳은 말이라도 그 전달이 온전히 되지 못하고 잘못이 가려진다. 이를 알면서도 왜 고치지 못하는 걸까? 


불편한 상황을 회피한다.  

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을까?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입으로만 알았다고 하고 하는 행동은 똑같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진짜 노력을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작은 일도 크게 알아봐 주기 바란다.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그만큼 실질적인 노력을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불리한 상황에는 입을 닫고 회피하려고만 한다. 하고자 하는 일에는 고개 숙이지 않으며 고집을 꺽지 않는다. 아이 같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박주호의 딸 나은이가 생각났다. 나은이는 작은 일에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미안해. 괜찮아? 등의 예쁜 말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 주었다. 나는 방송에서 나은이가 인력거 삼촌을 걱정해주며 "괜찮아?, 힘들지 않아? "라고 말하며 아빠에게 대신 인력거를 끌라고 말했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이때까지 아무 조건 없이 타인의 감정 그 자체를 존중하고 바라봐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예쁜 마음인지 몰랐다.  

엄마와 아빠처럼 오랫동안 함께 살다 보면 서운한 감정과 미안한 감정, 화나는 감정 등 여러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긴 시간만큼 정이 쌓인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함께 쌓인 감정들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안타깝다. 미리 다 안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을 봐줬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감정을 바라보고 한 번 더 생각한 뒤에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같은 상황만 반복될 뿐이다. 진심으로 해결하기 원한다면 쌓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분 좋게 나들이를 하고 집에 와서 싸움하는 엄마와 아빠다. 결혼 32년 차 두 분 다 환갑을 눈 앞에 두시 고도 우리 부모님은 하루가 멀게 '기싸움'을 하신다. 언제나 사소한 것이 발단이 되고 수년 전 잘잘못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아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부모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두 분 다 자신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생겨난 오해도 있고 편견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땐 이를 알면서도 굳이 고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편한 데로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엄마는 배려와 존중이 없고 아빠는 의지와 타협이 없다. 부디 남은 인생 서로에게 예쁜 말을 주고받으면서 살면 좋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 싸우지만 않으면 은근히 잘 맞는 부분도 많이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결혼을 해서 살아봐야 알 수 있으려나? 어쨌든 2020년도 봄의 시작에서 30년 넘은 부부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보고 있는 딸의 입장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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