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Mar 19. 2020

잠이 안 오는 날

우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잠이 안 온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좋다는 방법을 찾아서 해봤지만 다 부질없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상태라도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 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조용하고 어두운 밤에 노란색 스탠드 불을 켜고 의자에 앉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텔레비전 소리도, 사람들 말소리도 없이 조용한 시간이 좋다. 이 시간은 오늘 하루 또는 미래의 불안함을 달래준다. 딱히 하는 건 없어도 뭔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마련하기까지 25년이 넘게 걸렸다. 


나는 내가 그동안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다. 내 눈으로 나를 보기 전에 남들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판단했다. 그게 좋은 것처럼 보였고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좋은 게 행복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혼란스러웠다. 


아직 그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나만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선에서 행동하고 관계를 유지하되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다. 집단과 개인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서있기 바랄 뿐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가끔 우주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발전하고 있지만 그 연속선상에서 나는 그저 2020년을 살아가는 하찮은 사람일 뿐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나를 우주에서 본다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어진 삶에 놓인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말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