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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Mar 27. 2020

엄마의 손 맛. 2 간장비빔국수

간단 레시피와 사랑의 맛

우리 집은 국수를 잘 먹는다.  그래서 국수를 한 박스를 사다 놓고 틈만 날 때마다 끓여먹곤 하는데 그중 가장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간장비빔국수다. 


오늘의 야식으로 이 국수를 해서 먹기 위함이었는지 아침에 한 밥이 남아서 저녁에 새로 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평소보다 조금씩 밥을 먹고 요플레와 사과로 배를 채웠다. 엄마와 언니, 아빠는 어느 정도 배가 찬 거 같은데 나는 좀 부족하다고 느껴 엄마한테 간장비빔국수를 부탁했다. 

우리 집 요리사 어머니께서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께서 밤 11시 30분에 나를 위해 물을 올려주셨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어머니) 귀찮지만 나를 위해 움직이는 엄마를 위해 국수가 완성되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강아지 배변판도 씻고 분리수거도 하면서 기다렸다. 


어머니는 물을 올려놓고 간 마늘과 참기름과 간장, 미원을 넣으며 양념을 만들었다. 요리를 하면서 특별한 레시피 없이 거침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멋지다.  국수를 삶고 헹구면서 물을 완전히 빼버리면 퍽퍽하다고 말씀하시며 무심한 듯 털어내는 모습에서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미 완성된 양념장에 툭 하고 면을 올리고 직접 비벼주셨다. 국수에 벤 양념의 간이 참으로 적절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간장비빔국수의 맛은 끝내준다. 


야식으로 간장비빔국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참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밤에 엄마가 직접 해주는 국수를 먹으면 약간 특별 대접(?)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사실 배는 고프지 않아도 가끔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때 가끔 간장비빔국수를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다. 

우리 집의 야식 문화(?)도 한 살 차이 나는 나와 동생의 고등학교 시절에 만들어졌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돌아오면 언제나 엄마는 먹을 것을 해놓고 기다리셨고 우리 가족은 다 같이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먹었다. 

저녁을 먹고도 10시만 되면 먹을 것을 찾는 우리 집의 습관은 엄마의 사랑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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