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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Feb 01. 2021

1월의 마지막 일요일

2021년도 1월 31일.  

2021년도 새해인사를 주고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매년 11월, 12월이면 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고 뮤지컬을 보는 등 나름대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을 치른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음 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그렇게 잠시 잠깐 희망찬 기분을 만끽하고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덧 한 해가 그냥 가버리고 만다. 올해는 그렇게 살아지는 대로 살면서 21년을 흘려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즐거움과 호기심, 만족감 등의 충만한 감정들이 사라지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냥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들은 안정된 느낌보다 하나의 부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소소한 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이나 나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오늘 나는 친구들과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뤘던 등산 약속을 위해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산에 올랐고 정상에 도착해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내를  말없이 감상했다. 자연과 거리가 한참 멀었던 우리가 이렇게 주말 아침부터 등산을 하겠다고 만나서 산꼭대기에 있다는 게 웃기기만 했다.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게 아닌가 보다.

유쾌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날짜를 보니 벌써 21년 1월의 마지막 날이었고 한 달을 되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 달라진 하루의 느낌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형언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의 내가 있었다.   



살다 보면 변하는 게 없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주변에서 달라진 것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서서히 변화하고 적응한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떠보면 어색했던 것들이 익숙하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흔히 말하는 알 수 없는 인생이란 이런 기분을 두고 하는 게 아닐까?  



불과 한 달 전 호기롭게 새운 계획은 지킨 것도 있고 지키지 못한 것도 있다.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2월을 맞이한다. 여러 일들은 퍼즐 조각과 같아서 맞추지 않으면 흩어져 어지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퍼즐을 완성하면 하나의 그림이 되듯이 끈기를 가지고 조각을 맞춰나가면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퍼즐이 맞추기 어려운 것은 더욱 정교하고 큰 멋진 작품이 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니 늦어지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끝까지 나만의 조각을 맞춰나가야지. 또다시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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