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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Apr 15. 2023

06. 안정감

4월 - 첫 번째

피곤한 하루의 연속이라도 나에게는 나름대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그러한 느낌을 주는 장치들을 만들어 두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 내 가방 속 핸드크림의 향기는 항상 비슷한 향을 고르는 것을 들 수 있다.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며 풍기는 익숙한 향기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이따금씩 짜증 나는 일이 있거나, 불안함을 느낄 때, 아니면 조금 피곤할 때에도 그렇게 나만의 의식(?)을 치르면 조금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밖에도 음악을 듣거나, 레몬맛 사탕을 먹고 글을 쓰거나 종이에 낙서를 하는 등 생활 속에서 나만의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하루의 마무리로 꾸준히 감사노트를 쓰는 것 또한 걱정과 불안보다는 삶을 더 안정적으로 채워나가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들은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종종 어떤 것들을 해도 다 비슷하게 느껴지고 재미없고 외롭거나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땐 나도 모르게 엄마를 찾게 된다. 우리 엄마는 항상 내 걱정을 하시고 날 아껴주신다. 가끔 본가에서 재택을 하면 어느새 끝날 때쯤 책상 위에 빈컵이 3-4개가 쌓이는데, 이게 다 엄마가 가져다주시는 홍삼과 우유, 커피 등이 담겨 있었던 컵들이다. 늘 식사를 챙겨주시고 남몰래 용돈도 쥐어 주시며 내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 엄마 그리고 아빠다.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편안하고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통화에서 중요한 말들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하루 있었던 시시콜콜한 대화의 효과는 엄청나다. 내가 대화를 하면서도 잘 보이거나 실수할까 애쓰지 않아도 되며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별 말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와 언니들, 동생까지 나에게는 가족이 주는 안정감이 크게 느껴진다.


최근 회사 일이 많아지면서, 체력이나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느끼면서 항상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결국 나는 2주 연속 주말에 본가에 내려와 맛있는 밥도 먹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면서 남몰래 스스로 충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려도 채워지지 않았던 허전함이 다시금 채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내 인생에서 따듯하고 편안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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