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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Apr 22. 2023

08. 연극 파우스트

4월 - 세 번째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연극, 파우스트를 보고 왔다.

+ 마곡으로 이전한 LG 아트센터서울의 첫 방문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었던 작품이다.


대학시절 연극 관련된 수업을 통해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LG Art center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불역쾌제'라는 내 생에 첫 연극이 공연에 대한 황홀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정말이지 무대를 꾸미는 빛과 그림자, 음악과 대사 그리고 그에 맞게 떨어지는 꽃잎과 뿌옇게 피어오르는 은은한 연기들, 그리고 그 밖에 모든 극적인 장치들이 작품의 스토리와 어우러져 있었다. 작품도 좋았지만 나는 이런 효과(?)가 실현될 수 있도록 무대장치를 구현해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자연스럽게 LG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작품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뮤지컬이나 연극 등 작품에 관심을 두면서 LG아트센터에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심심하면 검색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에 내가 파우스트를 보게 된 것 또한 이곳에서 하는 공연 중 가장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괴테의 역작이라느니,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보다는 마곡에 새로 개관한 아트센터 공연장을 보고 싶었다. 뭐 잘 생각해 보면 흥미가 생긴 이유에서 박해수 배우님의 영향이 1%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ㅎㅎ


( 실제 이보반호프의 로마비극을 여기서 보았다. > 선을 넘는 연극, 로마 비극 (brunch.co.kr) )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한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 첫 공연으로 '파우스트'는 대성공이었다.


솔직히 연극을 보면서 뮤지컬 버금가는 스케일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그 넓은 무대를 200% 활용하는 연극 연출에 놀랐다. 직접 보기 전에는 워낙 대형 공연장으로 무대가 넓어서 한두 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면 조금 허전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전체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방에서 혼자 독백을 하는 배우에게 ㅁ 모양의 조명을 비추니, 전혀 걱정했던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꽉 찬 기분이 들었고, 오히려 무대에서 서서 혼자 수많은 관객을 압도해 버리는 배우를 보니 경이롭기까지 했다. 배우들의 대사도 선명하게 잘 들리고, 가로세로 황홀한 조명과 배경 음악들까지, 역시 LG 아트센터 서울에서의 경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 밖에도 27미터 대형스크린을 통해 라이브 영상을 활용하거나, 1층 객석을 누비는 배우들, 적절히 사용되는 깨알 같은 마술과 음악효과에 165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그런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뒤에 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정말이지 너무 대단하시고 소름 돋게 연기를 잘하셔서 캐스팅보드에서 한 분한 분 이름을 읽어보았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작품을 위해 실제 배우들이 이은결 님께 마술을 배웠다고 한다.  )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앉았던 좌석이었다.


매년 한 두 작품을 보려면 지출이 꽤나 많이 들어서 나는 보통 조기예매나 저렴한 좌석으로 2층이나 3층에서 관람을 하는데, 무대를 전체적으로 한눈에 내려다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배우들의 표정이나 디테일한 연출까지 살펴보기는 어렵다. 같은 공연이라도 위치에 따라 표정이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번에 유독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중에 정말이지 돈을 많이 벌어서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돈 걱정 없이 보고 싶은 공연장에서 같은 작품 2-3번씩 보고 싶다.


그럼 이만, 나의 2023년 첫 공연인 파우스트의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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