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년 차 백수입니다. 그간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고, 의무적인 일들에 반항하며, 하고 싶은 일들만을 쫓아왔어요. 그리고 여전히 백수입니다.
남들은 3년이란 시간 동안 창업을 해서 큰 돈을 벌기도 했고, 채소 가게를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벌써 아기를 낳고 유치원에 보내기도 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동안 하던 일을 꾸준히 해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떵떵 거리는 친구도 있고, 중간에 전공을 바꿔 다시 시작해서 취직에 성공한 친구도 있습니다. 별안간 해외로 나가 외국인과 결혼해 그곳에 정착하기도 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습니다. 모두 제 친구들 이야기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재자리 걸음 중입니다.
다만 여행을 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정말 많이 해봤습니다. 액세서리도 만들어 팔아봤고, 스쿠버 다이빙 보조강사도 해봤다. 피라미드도 보고 왔고, 남미에서는 호스텔과 식당도 운영했습니다. 사람들을 잔뜩 모아 아프리카 여행도 하고, 캘리포니아 렌터카 여행도 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셰프로 일도 해보고, 가이드도 해봤습니다.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도 해보고, 유럽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무전여행도 해봤습니다. 티베트 독립운동가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어 보고 스카이 다이빙도 해봤습니다.
그동안 내가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이렇게 힘들 수 있을까 하는 경험도 해보고, 가끔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나, 여행 중인 여행자들이 묻는 질문은 뭐가 남았냐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참 많지만, 여행하기 전의 모습과 지금 여행 중인 모습은 야윈 것 말고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는 게 그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난 3년 전 집을 나와, 아직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아직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내년이면 제 나이 30이 됩니다. 35가 되고 40이 되더라도, 전 이 짓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해보고 새로운 것을 또 찾고 찾아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것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원치 않는 일에 내 인생을 받쳐가며 내 삶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수지만, 당당합니다. 반드시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을 것이고, 내 삶을 즐길 것입니다.
원하는 답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그것이 정답입니다. 미래의 내 모습에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보는 것, 그리고 넓고 넓은 지구를 최대한 느껴보는 것입니다.
“~예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여행을 다니며 배우는 것도 많고,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여행 떠나기 전과 여행 다니는 지금의 차이가 거의 없다… ~ 개인적으로 느끼신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예산 문제
장기여행에서 예산 문제는 아마도 제일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대답해드리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2015년 3월 여행을 떠나기 딱 1년 전부터 회사를 다니며 1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약 6개월 계획을 잡고 나왔는데, 돈을 정말 악착같이 아끼며 6개월간 항공, 숙박 등 총 합 280만 원 정도를 쓰고, 여행 일정을 늘리게 됐습니다. 위에 적었던 것과 같이 호스텔도 운영하고, 팔찌도 판매하고 등등 아낌과 동시에 돈을 벌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현지 친구를 사귀어 집에서 잤습니다. 최근에는 잔고가 0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아일랜드(친구가 워홀 중이었음)에 정착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지금은 책도 출판하고 싶고 카이트 서핑도 하고 배우고 싶고, 타투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오래 살고 싶은 나라를 찾지는 못했지만, 그런 곳도 꼭 만나고 싶어요.
장기 여행하시는 분들 슬럼프 많이들 겪고 한국 가는 비행기표 찾아보실 때도 있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서 고민하시는 일도 있을 텐데 처음 여행 출발하실 때 결심하셨던 초심 다시 한번 생각하시면서 힘 내시길 바랍니다. 또한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은 걱정보다는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삶의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다수가 선택하는 길이 아닐 때 불안을 느낄 뿐이죠.
#세계여행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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