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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Aug 16. 2017

행복하다고 소리쳐야 행복한 사람이됐다.

한국에서 느낀 것들. 2.

3년전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3시간씩 지하철을 탔다. 출근길에 타던 7호선 지하철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질끈 아파왔다. 듣고 싶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고, 이어폰따위로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가방엔 책과 일기장 뿐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스마트폰에 집중해 고개를 떨어 뜨려 놓았고, 단 한사람도 내게 그리고 주변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아니면 내가 보지 않을때 몰래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거나,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는 일 따위는 한국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가 의식한다는 것을 극도로 숨기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한두장 읽다보니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책에 빠져들었다. 내리는 역을 안내하는 방송에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순싯간에 과거로 돌아가, 3년간의 여행이 오늘 아침에 꾼 꿈 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제도 이 지하철을 타고 퇴근한 것 처럼 그때의 감정이 생생이 살아났다. 나는 변함없이 그냥 권세욱이었고, 조금 나이를 더 먹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반짝이는 것과 맨들거리는 것들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사실은. 좀 멋있었음.-) 그들은 직장에 취직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자기 집에 살며, 적당한 돈을 모아놓았다. 다들 모여 실 없는 소리를 이어말하고, 정신 없이 하루를 꽉 체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 안에도 대체로 새 것들이 쌓여있었다. 새 선풍기, 새 에어컨, 새 옷들이 벽 한면을 체우고, 쓰지 않는 모자가 10개씩 신지 않는 신발이 12켤레씩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일보단 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먹고 생활하는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들이 연기 한것이 아니라면, 나는 도저히 그들 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잘 살고 있었다.(적어도 나랑 이야기 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느꼈다.) 생활에 규칙이있고, 만족이 있고, 목표도 있었다. 나는 용기를 잃었다. 그들의 너무 강한 가치관 앞에서 때로는 내 자신이 무너지고, 사라졌다.


나는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멋있다고 감탄했다.(진심으로.-) 그리고 그들은 그 말에서 감동받고 용기를 얻고,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은 숨이 막혔다. 돈과 성공은 은연중에 그들에게 바싹 붙어 있었다.  그곳에서 행복하기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큰 성공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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