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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Aug 18. 2017

결혼 상대를 고르는 방법.

더 이상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만큼 세상은 각박했다.


그나마 있는 친구들도 바쁘긴 마찬가지로 자주 보고 지내지 못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돈을 주니 할 만 하지만, 외로움이 힘들다고 했다. 외로움이란 놈은 이따금씩 찾아와서 저 구석 끝까지 밀어 넣고 짙눌렀다.


전에는 안 맞으면 안 보면 그만인 사람들이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게 가장 힘들고 외롭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시간은 12시, 늦으면 1시. 집에 들어가 봤자 누워서 스마트폰질 이나 할 거 그냥 들어가기도 아쉽다. 그렇다고 늦은 시간에 친구를 만나기도 애매하고. 그냥 적적하니 캔맥주와 함께 벤치에 앉아 생각한다.

딱히 생각할 것도 없다. 그냥 적적함.


앉아 있다 보면 오랜만에 하늘도 보게 되고, 남자의 고독이랄까?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에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 그렇게나 동경하던 정장은 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그렇게 한 번 두 번 한숨을 푹푹 내쉬다 보면 1시간이 금방 지나 들어가다. 이쯤 되면 내일 아침 알람이 벌써부터 압박 해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사는 삶이 됐는지. 하루 중 맘 편히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아름답고 순수했던 때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이 사라진 것 만 같았다.


그런 마음은 이성을 만날 때도 비슷했다.


오래 만난 이성이 있는 나는 그저 그 상대와 결혼하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1년씩 투자하며 사랑하고 상대를 알아가고 하는 그런 시간 따위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3년이나 만난 이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딱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그 상대와 결혼하거나, 앞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일이 사치로 느껴진다. 관심이 생기고 설레이고, 고백하고 그런 일을 다시 해야 한다니.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이미 마음속은 꾸득꾸득 먹고사는 일들로 가득 차 있어 새로운 사람이 들어 올 자리 조차 없다. 사실 요즘은 성욕도 없다.


만나는 애인이 없는 경우에도 딱히 운명을 찾거나, 상대방도 나를 좋아할까 하며 조마조마하는 마음이 생길 리 없었다. 빠르게 여러 명의 사람들을 소개팅하고 만나보고 결혼상대로 괜찮은 정도의 사람이면 결혼을 목표로 만나보기 시작하는 방식이 최선일 것이다.


결혼 상대로는 착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여자가 최고다. 좋은 남편은 그냥 돈 잘 벌고 바람 펴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최고다. 그런 인식이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수학 공식처럼 둥둥 떠나녔다. 현실적으로 백마 탄 왕자나, 금수저 따위를 바라지도 않았다.


일찍 결혼한 친구는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결혼 상대가 누구이냐는 사실보단, 결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아이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렸다. 다음 단계의 사랑으로.


그리고 오랜 만난 커플에게는 꼬리표 처럼 질문이 따라다녔다.


"연애 오래 했잖아. 너네 결혼하냐?"


"당연하지.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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