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 장인 세르게이
한국에 와서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어서 팔찌를 팔게 됐다.
처음엔 그저 만원을 목표로 이태원 길바닥에 주저앉아 주섬주섬 팔찌를 세팅하고 앉아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첫 손님이 왔을 때 나도 몰래 머쓱하고 긴장돼서,
5000원 받으려 했던 팔찌를 “3000 원주세요.”라고 말해버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에 앉아있는 게 익숙해지고,
팔찌를 만드는 동안은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다.
시간 가는지를 모르고 팔찌를 만들었다.
팔찌를 만들고 있으면 구경을 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의 인기척이 느껴졌고,
가끔은 손님이 왔는지도 모르고 팔찌를 만들다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동안 30개를 팔찌가 팔렸다.
막상 첫날 그렇게 많이 팔아 버리니.
둘째 날 아침 살짝 겁이 났다.
한번 오르면 한 번은 내려갈 길이 있는 법.
모든 일이 항상 잘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영업의 법칙이었다.
둘째 날 용기를 내 새로운 장소로 나가 팔찌 판을 폈다. 한 시간 동안 손님이 없더니 등산조끼가 와서 이러시면 홍대고 어디고 다 몰려온다고 치우라고 했다. 당시 손자 생각난다며 팔찌를 고르시던 할머니가 요령껏 하라며 12000원짜리 팔찌를 하나 사주셨다. 2000원 깎아드렸다.
다른 골목으로 가서 다시 좌판을 깔았다
손님이 한 두 명 모이고 팔찌를 5개 정도 팔았을 때,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낼뻔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욕심과 즐거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번엔 줄에서 뛰어내려 그냥 바닥에 엎어져서 팔찌나 만들기로 했다.
둘째 날 총 8개를 팔았다
첫날의 1/4 정도의 판매량이었지만 너무나 만족스럽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이유는 초심에 있었다. 애초부터 내 목표량은 하루 만원이었다.
팔찌가 너무 많이 팔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초심을 잊고 있었고,
팔찌가 순시간 에 5개가 팔리면서 나도 모르게 욕심을 냈다.
‘오늘도 30개 팔리면…’ 하며 돈을 계산했다.
목표량의 7배 정도의 매출을 내고도 불행할뻔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아주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욕심을 버리고
줄 아래 넘어져 있던 작은 나로 돌아가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