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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Apr 29. 2017

어쩌다 보니 692일

10개월 잡고 나온 세계여행.

사람들은 본인이 열심히 해온 것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주변의 사람들보다 자신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 (몇몇은 강박적으로 그것에 의지하기도 한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그 생각이 강해서 나이를 따지고, 선 후배를 중히 여기는 것 같다. 나도 팔찌를 만들고 여행을 할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그 세상에서 나는 작은 피조물일 뿐이란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아일랜드에 잠시 정착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만났다. 대부분이 유학생이거나 외국에서 정착할 하길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몇몇 사람들은 외국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칭했다.


멋진 생각이고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그런 자신에 선택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한국에서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먹고 자고 일하고 돈 벌고, 뭐가 다르다는 걸까? 다른 언어를 쓰고 외국인을 만난다는 것 말고는 다른 점이 하나 없어 보였다.


그중에는 몇은 오랜 해외 생활 때문인지, 본인 주변에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던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 단언한다. 자기 나이쯤이 되면 독심술 같은 게 생기고 사람을 한 두 번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고 한다. 본인쯤 되면 다 안다고 생각하고, 본인 생각이 그렇다면 그냥 다른 이견은 없다 라는 것이다.

나이는 상대적인 숫자일 뿐인데, 가엾어 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모두 마음을 닫고 사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는 재각각 다르겠지만 모두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중엔 한국인을 일부러 피하는 유학생도 있고, 이미 자기 삶에 만족하고 울타리를 치는 사람도 있고, 뭔가에 지쳐있는 사람도 있을게다. 친해지려고 노력하면 오해를 사거나 상처를 받는다. 나도 모르게 점점 마음을 닫게 된다.


사람들 마음이 닫혀 있는 것은 어디나 똑같겠지만, 여행만 하다 온 나에게는 서로 벽이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이라도 여행지에서 편견 없이 만났으면 친해지지 않았을까? 왜 몇 없는 같은 국민끼리 한국에서 보다도 더 서로 마음을 닫고 살게 된 걸까?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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