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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Nov 15. 2017

세계여행은 모험, 스펙, 도피다.



요즘은 참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50년 전 출국 조차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현재는 세계여행 붐의 시대이다.


50,60대 연령층도 쇼핑, 골프보단 해외 여행을 찾는 경향이다.


돈과 시간에 여유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의 구입 목록에 비행기 표가 있다.


이것저것 참 빠르게 변하가는 세상인데 여행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다.

 

[세계여행의 붐] 초장기 시대 때 젊은 학생들의 여행은 도전이나 모험으로 해석됐다. 대기업에서 스폰을 받아서 가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의 걱정에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엔 ‘항상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용돈을 받아 가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여행을 준비한다는 것만으로도 응원받던 시대였다.

 

세계여행은 점차 도전과 모험 정신에서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세계여행을 이력서나 자기소개에 써넣어 득을 보려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세계여행을 스펙으로 해석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점점 여행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금세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실제로 한국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한두 달 알바만 해도 가난한 나라에 가서 몇 달씩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저가항공도 점점 많아져서 항공료로 빠지는 돈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계여행의 해석이 다시 한번 달라졌다.


산티아고를 걸으며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반 정도가 내 삶(여행)을 한국사회에서의 도피나 부적응으로 지레짐작했다. 그들은 대화 속에서 조심스럽게 내 과거 문제나 허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어쩌다 도전과 모험이었던 세계여행이 스펙으로 변질되고 이제는 도피 또는 부적응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만큼 한국 사회가 힘들고 도피하고만 싶은 환경일지 모른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것도 포함한다.

 

이유가 도피였던 도전이었던, 그 이유보다는 어디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차피 삶은 방향성이다.

넓게 넓게 뻗어 나갈 것이냐?

깊이 파고 들것이냐?

좀 돌아가더라도 한번쯤 넓게 뻗어 나갈 볼 필요가 있다. 어항 밖에서 보는 어항은 그 안에서와 다르다.

 

많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세계여행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뻗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 여행하는 것이 아닌.

평생 여행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이었던 한국과 다르게 외국인들은 이미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보통 본인이 즐겨하는 취미를 통해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거나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서 그 공동체를 돌아다니거나 정착해서 살아간다. 그들 중 일부는 집시나 히피로 불린다.

히피라는 단어는 약 50년전에 처음 나왔다. 그들은 사회의 통념, 제도, 가치관은 부정하고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따른다. 쉽게 말해 나와 같은 반사회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딱히 언론이나 세상에 알려질 일이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커뮤니티 속에서 그들의 삶을 산다. 그들은 무식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의 부적응했던 자들도 아니다. 단지 자유를 즐기며, 진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히피라는 단어에 딸려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고,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진짜 히피들의 모습을 한국인들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 인식 수준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쉬운 예로 디지털 노마드를 들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웹상에서 경제적인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미국, 싱가폴, 태국, 유럽 등에서 활동한다.


다만 아직 디지털 노마드라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 이것이 여행을 일로 변질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세계여행이 스펙으로 해석되던 때에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억지로 섞고 흔들면 잠시 섞인 듯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여행은 여행. 일은 일. 기름과 물처럼 둘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없다.


<디지털노마드의 세계여행>


세계여행을 변질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그냥 디지털 노마드일 뿐이다. 여행과 일은 다르다.


여행이 인생에서 한조각의 모험이나 도피가 될 수 있지만, 스펙이나 프로젝트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있어서 여행은 여러가지 사는 모습 중 한가지일 뿐이다.

세계여행과 히피를 연결 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패키지 여행 투어가 아닌, 진짜 세계여행이라면 히피들의 삶과 가까웠음 좋겠다.


여행자들이 스펙이나 프로젝트에 집착하기 보단, 잠시라도 사회를 벗어나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것 보고 듣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모습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실제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을 안다. 알았다고 생각하면 모르는 것이 더 생이고, 봤다고 생각하면 보지 못한 것이 더 보인다. 여행을 한다고 집을 떠난 지 약 950일이 지났다.

그리고 최근 뻗어나가는 것을 멈추고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많은 것들이 발견되고 그것들은 본능을 자극시켰다.


이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이 이제 다시 시작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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