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연재일기_산티아고
몇개의 귀걸이를 차게 될까
< Fonfria >
D+25
409.1 km
459,255 STEP
몇일 동안 비가 그치지 않으면서 더 이상 텐트에서 자는 것이 힘들어졌다. 하루에 쓰는 돈도 점점 늘고있다. 초기에는 빵에 햄만 먹어도 먹을만 했고, 씻지 못해도 텐트에서도 이삼일을 잘 수 있었는데, 글레는 밤세 비가내려 텐트를 칠수도 없거니와 빵과 햄이 질려 참치, 올리브 등을 사다보니 식비로 하루에 6,7유로는 쓰게 되는 것 같다.
지갑에 돈이 점점 줄어가고, 매일 같이 오는 비에 지쳐 있었다. 알베르게도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비싸지고 있었다. 150km가남은 시점에 5유로짜리 알베르게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최소 6유로 보통 7,8유로를 내야 숙박이 가능했다.
오늘 묵는 숙소는 8유로이다. 마을에 알베르게가 이곳 하나뿐이라 선택권이 없었다. 다음 마을까지 가기에는 비가 무겁게 쏟아지고 있었다. 예상 20가구 정도가 사는 마을이라 이곳에는 레스토랑도 한나 뿐이었는데, 저녁이 최소 9유로나 되는 가격이라 오늘은 굶어야 겠다 체념했다.
배가 심하게 골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레스토랑으로 가고, 나 혼자 남아. 방으로 들어왔다.
난 일층 침대를 잡았다. 내 윗자리 2층침대에 나보다 늦은 할머니 한분이 모셨다. 작은 파란색 조개 귀걸이가 반짝였다.
몇일 전 60대 할아버지가 80대 할머니에게 1층 침대를 양보하는 경의한 경험을 한것이 생각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자리를 바꿨다. 할머니는 2층침대에 오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몸소 표현 하시며,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 하맸다.
때를 놓치지 않고, 먹을게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가방을 뒤져 과자와 치즈를 꺼내 주셨다. 그리고 뜻 밖에 옆자리에 누워 있던 일본인 남자가 공손하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면 샌드위치가 있으니 나눠 먹자고했다.
잘 되던일도 정말 안풀릴때가 있지만, 도저히 어찌할지 모르던 일도 나도 모르게 잘 풀릴때가 있다. 요스케는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 감동 받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1000km를 걸을때 마다 조개 귀걸이 한개를 샀다고 하셨다. 이미 2000km를 걸었고, 이번 산티아고가 끝나면 3000km가 가깝게 된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나를 본적이 있었다고 했다.
3일전 길에서 할머니 네분이 셀카를 찍으려 아둥바둥 하길래 사진을 찍어 드렸다. 그저 사진을 찍어드린 것 뿐인데 네분 모두 너무 고마워 하시고 좋아하셔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 네 분중 한분이었고, 정확하게 나를 기억해 냈다. 이렇게 다시 인연이 될 줄은 아마 생각도 못하셨을 것이다.
나는 배부르게 식사를 했다. 요스케는 맥주까지 직접 사들고왔다.
식시를 마치고 팔찌를 하나 만들어 할머니 팔에 채웠다. 할머니는 주머니를 털어 내 손에 꼭 쥐어 주셨다.
순례길이 주는 감동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곳을 향해 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돕고, 함께 걷는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같은 곳을 향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