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연재일기_산티아고
< La Faba >
D+24
389.4 km
433,245 STEP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 다 다르지. 사람은배운대로 살아가는 거야.”
걷는 내내 이 말이 귀를 맴돌았다. 몇일전 미국에서 온 한국인 중년 부부를 만났다. 당시 난 길에서 팔찌를 팔고 있었고, 두분은 인사만 나누고 지나쳐갔는데 같은 숙소였다. 두분은 배고프다는 나에게 남은 볶음 밥을 조금 주셨다.
두분은 미국에 넘어간지 10년이 넘어 보였다. 나는 미국 생활에 대해 궁금했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근데 그대 나눈 대화가 지금에서야 머리를 맴돈다.
배운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배운 사람은 편히 살고 못배운사람은 그렇지 못한다는 말일까? 배운사람은 뭘 배웠다는 걸까?
나는 대학을 자퇴한 떠돌이 방랑자이다. 이렇다할 전문 지식도 없다. 그러서 그런지 그말이 참 마음에 걸렸다. 모두 같은 사람을 교육수준으로 나누는 것과 다를게 없다.
아무런 뜻 없이 던졌을지 모를 말이지만, 그때 그 말씀을 하실때 느껴진 측은함이 잊혀지지를 않는다. 생명을 가진 모든것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많이 배운사람이건 그렇지 못한 사람이건 사후엔 먼지에 불과하다. 조금 더 배우는 것 보다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존중하고, 조금 더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 만난 다른 아저씨는 나이가 60즈음 되어 보이는 중국인 같았다. 처음엔 서로알아보지 못하고 ‘올라’(안녕) 이라는 말만 나누고 헤어졌는데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나 서로 한국인인것을 알았다. 한국인 같지 않은 둘이 만났을때 종종 있는 일이다.
지쳐보이는 그에게 묻자. 그는 “죽을 맛이지. 그래도 포기 할 수는 없잖아. 인생을 포기 하는 거랑 똑같으니까. 끝까지 가는거지.” 라고 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것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다쳐도 버스 타기를 피하고, 억지로라도 새벽일찍일어나 걷는 사람들에게도 이렇타할 각자의 생각이 있었다.
그건 그냥 초심 또는 다짐이었다. 나는 나도 그 다짐을 내다 버리고 편한길을 선택해왔다.
배운대로 살아가는거라는 아주머니 마을 이런데에도 적용이 됐다.
초심은 잃으면 안된다고 배웠고, 실패하면 안되고 뒤쳐지면 안된다. 나는 최근에 포기하는 법을 배워서 왠만한건 다 포기하며 살았다.
단 한사람의 마음이라도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데, 이 세상을 얼마나 넓은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면 알수 있다. 그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 세상은 얼마나 거대한지.
지구 어딘가 서있는 나와. 축구 경기장 한복판에 있는 개미, 그리고 이불 속에 사는 빈대, 물컵속에 있는 미생물이 모두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알면, 우주속의 지구는 또 얼마나 작은 것인지 헤아릴 수 없다.
그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저 배운데로 살아간다.
정답은 있을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