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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에 다녀오다

샌프란시스코 세 번째 이야기

by summer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금문교'


그 빨갛고 거대한 다리는 샌프란시스코와 맞은편 마린 카운티를 연결하고 있다. 'Golden Gate'는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말이라고 한다. 원래 자연적 문제 때문에 두 지역을 잇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여겨져 왔으나 금문교가 지어졌고, 그렇게 금문교는 현대 토목 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들이라면 금문교는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특히 금문교는 일몰 맛집으로 유명한데 사진 찍기 좋은 여러 포인트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남기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사진 찍을 곳으로 결정한 곳은 'Golden gate bridge Welcome center' 부근이었다. 이곳에선 금문교를 좋은 각도로 한 장에 담기게 찍을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웰컴센터 앞에서 하차한 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사진 찍기 좋아 보이는 장소들이 보이는데,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워낙 넓어 서로 안 걸리게 찍기 쉽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런 느낌!

원래 금문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내 소원이었지만 12월 강풍은 금문교를 평화롭게 건너도록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컨디션을 위해 자전거는 포기하고, 그래도 온 기념으로 금문교를 걸어보기로 했다.


금문교는 가까이서 보는 것이 더 위엄 있었다. 거대한 철물이 두꺼운 밧줄로 이어져 있는데 별다를 무늬 없는 다리가 이렇게 멋있어 보일 일인가 생각했다. 그 다홍빛 도는 빈티지한 색감은 어찌나 예쁜지. 사실 멀리서 봤을 때 금문교를 보고는 '그냥 빨간 다린데?'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구조와 짜임을 보니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문교를 건너는데 걸리는 소요시간은 도보 40~50여분이라고 한다. 건널 자신은 있었지만 돌아올 자신이 없었던지라 중간지점을 찍고 돌아왔다. 일몰시간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다리에서 본 석양

우리는 미리 봐 두었던 위치로 가 앉아 일몰을 기다렸다. 새파랗던 하늘은 어느덧 노을이 지면서 연보랏빛이 되었다. 분홍색과 연보라색이 섞인 하늘에 금문교가 걸린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으로 봐야 할지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이었다. 나와 J는 그 순간을 몇 장 남기기로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일몰에서 야경이 될 때까지 금문교를 바라보았다.



BGM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던 내 말에 J는 바로 음악을 틀어주었다. 미국의 장점은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틀어도 되나? 따위의 사소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백예린의 square를 들으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조명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 조금 참을만하더니 해가 지자마자 살이 떨리게 추웠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었지만 어쨌든 3시간 내리 본 셈이니 아쉬움을 떨치고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웰컴 센터에서 파는 금문교 엽서를 한 장 구입했다. 그 매력이 가득 담긴 엽서에 득템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날 내가 J에게 보내준 사진은 300장이었다. 랜드마크에 다녀온 인증을 이보다 더 확실히 할 순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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