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두 번째 이야기
클램 차우더는 감자, 베이컨 등이 들어간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 요리 중 하나이다. 수프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미국 음식이든 말든 아무 의미 없었지만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피어 29에는 유명한 클램 차우더 맛집들이 있다. 빠네처럼 속이 파인 빵 속에 수프를 담아 먹을 수 있었고, 'mini chower'를 주문하면 작은 종이컵에 받아먹을 수도 있었다. J는 피어 29에서 클램 차우더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스프라는 말에 지레 겁먹어 J가 먹는 동안 오징어 튀김을 사 먹었다.
처음 접한 클램 차우더의 비주얼은 의외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빵 뚜껑을 열자마자 퍼지는 고소한 향기에 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흔한 크림수프와는 다르게 내용물이 가득했다. 그 덕에 묽은 느낌보다는 죽같이 조금 꾸덕거리는 듯해 보였다. J는 내게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클램 차우더는 수프 식감에 거부감이 있는 내게도 맛있게 느껴졌다. 관자, 조갯살, 감자, 베이컨이 골고루 씹히면서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결국 바로 다음날 재방문한 피어 29에서 클램 차우더를 사 먹고 말았다. J에게 "클램 차우더 또 먹을래?".라고 물었다가 괜히 어제 먹지 그랬냐는 타박을 얻었다. 클램 차우더는 혼자 먹기에 많아 보여 좀 더 작은 크기의 $5짜리 미니 차우더를 주문했는데, J가 기념품샵을 구경하는 동안 혼자 벤치에 앉아 먹었다. 빵이 없는 대신 함께 받은 오이스터 크래커를 넣어 먹었다. 바삭한 크래커가 조금 있던 느끼함마저 잡아주는 것 같았다.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웬만해서 외국음식을 떠올리지 않는데, 클램 차우더는 한국에 와서도 생각이 난다. 그 여러 재료들로 가득 찬 고소한 조개 수프의 맛이란.
그때의 분위기와 맛이 그리워서 클램 차우더를 판매하는 마포구 수프 맛집까지 찾아갔는데 그곳에서도 미국의 맛은 다시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피어 29에서 클램 차우더를 먹고 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