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에서 마시는 아이리쉬 커피

샌프란시스코 다섯 번째 이야기

by summer


샌프란시스코엔 100년이 넘은 술집 겸 카페가 있다.


아이리쉬 커피가 인기 메뉴인 그곳의 이름은 'the buena vista'. 아이리쉬 커피는 커피에 위스키를 넣어 만드는 칵테일 커피이다. 1916년 시작한 'the buena vista'는 1952년, 미국에 아이리쉬 커피를 소개했다고 한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피셔맨즈 와프 쪽에 간 김에 J가 가고 싶어 한 'the buena vista'에 들러보기로 했다. 이 카페는 샌프란시스코의 핫플이라 착석하기 힘들다는 여러 후기들을 봤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갔다.


가는 길


관광지보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나오는 코너의 빈티지한 가게. 빨간색 네온사인으로 'the buena vista'가 빛나고 있었다. 가게는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라고 달아놓은 소소한 장식들, 가득한 사람들.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들어섰을 때 한자리도 없어 어정쩡하게 서있었는데, bar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날 기미가 보여 서둘러 달려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이렇게 자리싸움하는 사람이 아닌데.. 다 같이 눈치 보고 있으려니 빨리 앉아야 할 것 같았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나 위스키, 커피, 크림을 따로 포장해주기 때문에 매장에서 마셔야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꼭 매장에서 먹고 싶었다.)



우리가 앉은자리는 계산대 쪽으로 조금 불편한 자리였지만, 반대로 아이리쉬 커피 만드는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1열이었다. 관광객에겐 최고의 자리였던 셈이다. 아이리쉬 커피 맛집답게 같은 주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 것 같아 보였다. 쉴 새 없이 아이리쉬 커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투명한 잔들을 주르륵 이어 세우고 폭탄주 말듯이 커피를 만드는데 한 편의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the buena vista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류와 식사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아이리쉬 커피 두 잔을 주문했는데,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휘핑 얹는 중

보통 아이리쉬 커피는 커피 베이스에 위스키 향이 돈다고 들었다. 하지만 the buena vista의 아이리쉬 커피는 위스키에 커피 향이 가미된 듯한 맛이었다.


이곳 아이리쉬 커피의 첫 느낌은 '세다'였다. 위스키 맛이 정말 강했다. 나는 강한 알코올 맛을 즐기지 못하는데 생각보다 센 맛에 당황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식도부터 뜨거워지는 맛이었다. 왜 몸을 따뜻하게 할 때 마신다는지 알 것 같았다. 한겨울에도 이 커피 한잔이면 문제없을 듯한 맛이었다. 각설탕이 들어가 달콤할 줄 알았는데 달콤한 향만 나고 모두 위스키의 맛에 묻혀버렸다. 위에 얹어진 크림은 그나마 독한 맛을 중화시켜 주었지만 그도 잠시였다. 나보다 애주가인 J는 독특하고 맛있다면서 아이리쉬 커피를 즐겼는데 나는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잔을 내려놓았다. 커피 한잔으로 알딸딸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내 남은 커피를 본 J는 이럴 거면 그냥 다른 거 시키고 자기 커피로 맛만 보지 그랬냐며 안타까워했다.



몇 모금 마시지도 못한 커피는 무려 $10였고, 거기에 팁까지 $12를 지불했다. 나는 그야말로 기분만 산 셈이었다. 그래도 관광객 하나 없어 보이는 현지인 핫플레이스에서 즐긴 아이리쉬 커피는 값어치를 했다.


이후 'the buena vista' 자체 굿즈와 주류를 파는 매장을 구경했지만 딱히 사갈 것은 없어 둘러보다 나왔다. 꽤 재밌었던 크리스마스 이벤트였다.


<영업시간> 월-금: 11am-8pm, 토-일: 9am-8p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