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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모니카엔 왜 가요?

LA 세 번째 이야기

by summer


LA 여행객들의 필수코스 '산타모니카'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산타모니카 해변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LA에 여행 온 사람들은 바다를 보러 산타모니카를 찾아가곤 한다.


나는 체력이 약한 탓에 근교 당일치기를 안 좋아하는데 운이 좋게도 숙소에서 일요일마다 산타모니카까지 태워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10시에 예약된 숙소 밴을 통해 산타모니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산타모니카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산타모니카'라는 지명이 예쁘다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이름이 예뻐서 흥미를 가진 것이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다들 LA에 오면 산타모니카를 꼭 다녀오라고 하는데 나는 다 같은 해변인데 왜 굳이 가봐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밴에서 내려 처음 본 풍경은 야자수들이 해안 도로를 따라 길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한겨울에도 쨍한 햇빛이 이곳이 캘리포니아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와 J는 맑은 날씨에 신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변가를 걸었다. 해변 근처엔 놀이기구와 식당, 기념품샵이 가득해 꼭 테마파크에 온 것 같았다. 바닷가 앞 키치한 디자인의 놀이기구들을 보며 이 빈티지한 감성이 사진에 담기지 않는 것을 야속해했다. 우리는 놀이기구 탄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웃다가, 멍하니 바다를 보며 짠내를 품은 바람 냄새를 맡기도 했다.



겨울이다 보니 아무리 날이 좋아도 물놀이할 날씨는 아니었는데 그러다 보니 벌써 할 게 없었다. 우리는 산타모니카에 대해 사전 지식 하나 없이 온 것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DOWNTOWN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발견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다운타운 구경이나 하자며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몇 블록을 건너고 커다란 쇼핑몰을 지나자 말 그대로 천국 같은 길이 나왔다. 넓은 길 양 쪽으로 온갖 가게들이 가득 차있고, 광장처럼 보이는 길 가운데에선 공룡 모양의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거리에 색을 더해주듯 듬성듬성 깔린 여러 색의 의자들은 동네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H&M, Urban outfitters, Victoria's secret 분명 모두 내가 아는 매장들인데 산타모니카 다운타운에 있으니 죄다 사랑스러워 보여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나와 J는 예상에도 없던 쇼핑을 산타모니카에서 즐겼다. J의 쇼핑이 길어져 나는 잠깐 거리로 나왔는데, 한 시니어팀의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나는 좀 쉴 겸 버스킹이 잘 보이는 주홍색 의자에 앉았다. 파란 하늘에 내리는 노란 햇살과 깔리는 노랫소리, 거리의 분위기가 조화로웠다. 버스킹은 J가 날 찾아올 때까지 계속되었고, 나는 없는 현금을 털어 팁을 넣고 일어났다.



사실 이날 게티센터까지 함께 갔어야 하는 일정이라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는데, 게티센터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산타모니카는 아름다웠다. 우리는 점심으로 간단히 $12짜리 치킨 와플을 먹고 미련을 남기며 산타모니카를 떠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멀어지는 다운타운을 보며 '산타모니카'라는 지명이 잘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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