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뜻하지 않은 유급?휴가

by 최열음

쉼이란 건 참 갑자기 찾아온다. 한창 달리는 와중에 급정거를 하는 것처럼… 코로나에 걸렸다.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는 와중에 나만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두 번째지만 첫 번째보다 더 갑작스럽고 황당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원지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증상은 며칠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추워진 겨울 날씨를 탓하며, 오랜만에 감기에 걸린 것이라 생각했다. 열이나 두통은 없었고 목만 고장 났기 때문.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끼고 목이 잠겼다. 가끔은 콧물이 났다가 말랐다가 했으나, 비염인에게 그 정도는 일상이었다. 그 갈라진 목으로도 숱한 주문을 받고, 콜링을 하고, 또 열심히 청소를 했다.


아무도 내가 코로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코로나가 의심되는 다른 한 파트너는 있었다. 그는 며칠 동안 기력이 없고 감기 기운이 있었으나, 자주 그런 몸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장애인 파트너였고, 자주 아팠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아프다고 호소하고, 더러는 조퇴를 했지만, 그러면서 병원은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은 아주 혼이 났다.


그를 혼낸 것은 점장이었는데, 혼낸다고 표현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그렇게 말했다. 오늘 그 파트너가 혼이 났다고. 평소처럼 골골댔고, 코로나 검사도 하지 않았으며, 개선 의지라는 게 없다는 이유였다. 그가 점장과 스무 살 차이긴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는 사이다. 어찌 됐든 나는 그가 혼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서로 존댓말을 하고, 예의를 지키고, 존칭 없이 닉네임을 부르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가 혼이 나는 동안 나는 나의 증상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목이 아파서 배려를 받았는데,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경솔했나. 나도 혼이 날까 봐 바로 자가 키트를 했다. 음성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병원에 갔으나 휴진이었으므로 그냥 주변에 있는 카페나 갔다. 일하지 않는 카페에서 글을 쓰다 출근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었으므로.


그리고 병원에 헛걸음을 했다고 파트너들에게 전했다.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혼내지 말라는 거였다. 그래도 이제 내 몸 상태는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목이 갈라지거나 소리가 안 나오는 정도의 상태는 모면했기 때문.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제는 목도 코도 아닌 숨이었다. 폐의 문제였다… 무조건 코로나다.


병원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서 검진을 받은 후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자가 키트는 무용지물이었다. 자기 코를 깊숙이 찌르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철저한 남이었고, 그는 코를 찌르다 못해 눈까지 닿을 기세였다. 양성 판정을 듣자마자 아득해졌다. 세 시간 후가 출근이었기 때문이다.


약을 기다리면서 점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점장은 1초 만에 전화를 받았고, 나는 방금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평소와 같이 덤덤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 앞에서 욕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뒤에서 욕을 먹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는 일주일 간 침대에 있을 것이기 때문…


제목에 물음표가 있는 건 사실 내가 유급휴가인지 무급휴가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차와 연중 휴가의 차이는 무엇인지, 급여명세서는 어떻게 보는지, 연말 정산을 해야 하는지 등 중요하고도 귀찮은 정보들에 무지했다.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고 어차피 대기업이니까 철저히 줄 거라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분명 무책임한 일이다.


한 파트너에게 오늘 출근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자 뭘 미안할 것까지 있냐며, 유급휴가가 개꿀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반쯤 신뢰하며 유급?휴가라는 제목을 썼다. 나의 작은 무책임과, 그와는 관련 없는 휴식의 즐거움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자꾸 스타벅스 꿈을 꾼다.


한 번은 일주일을 쉬고 난 후로 모든 시스템이 바뀌어서 자몽허니블랙티를 만드는 데 세 번을 갈아치운 꿈, 한 번은 바다 앞 스타벅스에서 일하는데 옛 중학교 친구가 선임이라 그에게 호되게 당하는 꿈. 무의식도 이런 걸 보면 나의 신체와 신경이 그곳을 향해있나 보다.


이따금씩 일주일 동안 쉬고 난 후 일하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도 해로워서 의식적으로 그만두곤 한다. 어제 본 영화의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감정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나의 감정이 가장 두렵다. 그 두려움의 시간이 얼마나 공허하고 해결 불가능한지 알기 때문에 두렵다.


나는 스타벅스를 자주 끔찍해하고 또 두려워하며, 아주 가끔씩 설레거나 즐거워한다. 지독한 애증의 관계다.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때면 단순히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많은 날들은 하루라도 빨리 출근하지 않기를 꿈꾼다. 여행의 3월이 어서 다가와서 초록 앞치마를 벗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