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모두 내가 부럽다고 말해

by 최열음

퇴사를 2주 앞둔 사람, 바로 나! 만나는 모든 파트너에게 부럽다는 말을 듣는다. 지금은 한창 Back to 99 이람서 오후 세 시간 동안 아메리카노를 2,5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안 그래도 바쁜 스타벅스는 이제 터져나갈 일만 남았다.


이 이벤트를 공유하는 대표이사의 글을 본다. 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파트너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자신의 계획을 공유하고, 업무 환경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히는 걸 지켜보는 게 어색하면서도 새롭기 때문. 그의 생각이 가끔은 우리 편에 있다가 가끔은 회사 편에 있는 걸 보면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떠나는 마당에 걱정할 건 아니지만 오래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아득해진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꿈꾸면서도,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과 이곳에 대한 익숙함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곳에는 야망을 품고 들어온 사람보다 얼떨결에 남은 자들이 많은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안 돼서, 코로나가 아니고서도 취업이 안 돼서, 부상을 당해서, 그만 둘 타이밍을 놓쳐서 등등…


그러나 이미 신들린 듯 손을 움직이는 기성 파트너들을 보면, 본사까지 도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8개월 차인 나조차도 나만의 방법과 요령이 생겨서 편해지는데, 거의 10년 차가 되어가는 슈퍼바이저 이상 파트너들은 얼마나 익숙하고 또 지겨울까. 그들의 눈에 가득 차인 피곤과 권태가 겹쳐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면서도 모르겠다는 아리송한 마음이 가득한 채로.


그러나 점장급이 아니더라도, 내 또래의 언니들도 슈퍼바이저가 되고 나면 이제 이직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이곳에서 워킹맘, 리턴맘이 될 때까지 일할 것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엄마로서 일하기에는 정말 좋은 직장 같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엄마가 되어 일하는 나를 이따금씩 상상해 봤으니까.


엄마들은 당연히 육아휴직도 되고, 애들이 크면 등록금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주말이나 저녁에는 일하지 않고 워라밸도 지킬 수 있다. 요모조모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혜택을 받고 싶은 게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일한 바에 의하면 스타벅스는 일한 만큼 알아주거나, 챙겨주거나, 보호해 주는 곳은 아니었으니까.


모든 직장인이 각자의 애환을 가지고 산다. 스타벅스에는 짙은 초록의 노고와 애환을 가진 파트너들이 있다. 때로는 몸이 지쳐서, 사람들을 대하는 영혼이 지쳐서, 혹은 큰 이유 없이 무기력하거나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간혹 기쁨과 감사로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희노애락을 경험한 파트너로서, 안녕을 고하는 마음이 시원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퇴사 선언을 한 후로 한 달간 어떤 마음으로 일하게 될까 내심 궁금했다. 그런데 정말 똑같다! 한 달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나는 여전히 스케줄이 빨리 나와서 약속을 잡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출근 전에는 누구보다 도망가고 싶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다가도 밤에는 녹초가 되어 돌아간다. 모두 나의 다음 스텝을 궁금해하며 조금은 슬프고 아련한 마음으로 ‘너무 부러워…’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나는 외치고 싶다. 이건 나만의 일이 아닐 거라고.


퇴사와 여행과 취업 준비… 초록의 세계를 넘어 펼쳐질 더 큰 세계가 있다. 분명 스타벅스가 그립기도 하고, 그곳에 정착하지 않은 걸 후회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뜻이 있고 이 일이 내 소명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누구든 자신에게 합당한 일을 하는 게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방법이니까, 어디든 그곳에 충실할 것… 그런 일을 찾는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할 것. 그것이 내가 가진 짙은 초록의 마음이자 애환이자 비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