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FSA에 관하여

by 최열음

FSA… 파트너가 들으면 치가 떨리는 단어, 넘버원이다. 무슨 약자인지는 모른다. 아무튼 확실한 건 전국 매장을 감사하러 다니는 기관이다. 스타벅스에서 돈을 주고 위생 감사를 맡기는 사립 기관. 혹시라도 국가 기관에서 감사를 나올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다양한 곳에 자본을 들이고 케어하기 마련이다.


아무튼 매년 어떤 시기에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는다. 우리 매장도 그들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교육과 대비를 했다. 지역매니저는 점장과 부점장을, 점장과 부점장은 슈퍼바이저를, 슈퍼바이저는 바리스타를 점검한다. 모두들 감사에 응할 준비가 되었는가.


감사가 시작되면 각 포지션에서 취해야 할 행동들이 있다. 포스는 고객에게만 집중하고, 바에서는 이것저것을 닦고 치우고 갈아야 하며, 슈퍼바이저는 감사팀을 따라다니며 즉각 시정해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청소다. 모든 준비는 FSA가 허락한 10분 안에 이루어진다.


나는 7개월 반을 근무하는 동안 한 번도 FSA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들은 주로 아침에 오고 나는 주로 저녁에 일했기 때문. 그런데 퇴사를 바로 앞둔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와 대뜸 자신의 사원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FSA입니다. 10분 드릴게요…


미친… 하필 슈퍼바이저가 은행 업무를 보러 가서 바리스타 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기 감사는 매장 평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항목이었다. 애기 바리와 중견 바리는 그때부터 비상에 걸렸다. 하나는 불나게 뛰어다니며 버리고 갈고 치웠고, 하나는 멘탈을 부여잡고 땀을 흘리며 고객들을 응대했다. 모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내가 포스를 보고 있었는데, 은행을 간 슈퍼바이저 언니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냅다 뒤로 뛰어들어갔다. 그가 뛰어가는 게 프렌즈의 피비 같은 뜀박질이어서 그 와중에 웃참까지 했다. 분명 진땀을 흘리는데도 눈물 나게 웃긴 상황이었다. 결국 슈퍼바이저 언니는 손을 떨면서 매장으로 돌아왔고, 갑자기 어디선가 부점장과 지역 매니저도 하나씩 타월을 들고 나타났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곳곳을 치우고 닦고 돌보고 있었다.


매장 하나를 돌보는 일에 이렇게 많은 손이 필요한 거였지. 감사를 받는다는 건 언제나 살 떨리는 일이라 많은 언니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좋은 점수로 감사를 마무리하고 잠시 동안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날 출근하는 파트너들에게 오늘 FSA가 왔었다며, 우리가 얼마나 날뛰었는지를 말하면 그들은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이미 해결되었단 사실에. 얄밉지만 전적으로 공감한다. 지금껏 나도 그랬다.


결국 나는 퇴사하면서 이야깃거리를 하나 더 얻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쁜 마음도 있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감사를 와 줘서, 다시없을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그래서 감사하다는? 이런 수많은 점검과 노고로 인해 스타벅스가 굴러간다. 만약 연초의 어느 날 파트너들이 바쁘게 무언가를 닦고,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고 해도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자. 어떤 스타벅스 이머전시가 생겼을지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