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데이트

by 최열음

이번주는 새벽 5시에 기상하고 있다. 특별 새벽 기도 주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때는 꿈도 못 꾸지만, 일 년에 한 두번 있는 특새만은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한 주 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교회를 가는 마음은 꽤 유쾌하다. 하루를 예배와 기도로 시작하는 일이 무척이나 뿌듯하고 기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새벽 공기를 맡는 건 아주 특별한 느낌을 준다.


사실 어제가 월요일이었으니까, 오늘은 두 번째 시도였다. 아직 네 번의 날들이 더 남아있다. 이제부터 오전 시간을 부지런히 써볼 계획이기 때문에, 새벽 기도를 다녀와서도 다시 잠에 들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어제는 그 약속을 지켰다. 집에 오자마자 아침을 먹고 씻으니 7시 반이었다. 말씀을 읽고 글을 두 편 쓰고 나니 9시 반, 춤을 추러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 8시부터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정말 눈이 안 떠질 듯한 졸림이 몰려들었다. 아직 저녁으로 먹은 새우찜이 소화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기상 시간을 섣불리 앞당긴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생체 리듬을 전체적으로 앞당겨보고자, 9시 취침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9시에 잠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결국 뒤척이다 10시를 넘기고 잠들었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에 하마터면 못 일어날 뻔했다. 아무래도 이른 취침이 이른 기상으로 직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전화를 받고 일어난 덕에, 오늘도 무사히 새벽 기도에 참석했다. 아주 많은 이들이 각자의 기도제목을 들고 새벽을 깨웠다. 아마도 자신의 기도보다 더 간절한 타인의 기도 제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나의 안위보다 더 걱정되는 누군가가 있기도 하니까. 내가 기도할 때마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아빠, 승우, 할머니), 친구들, 남자친구 그리고 교회 사람들이다. 나의 세계는 가족에서 친구로, 그리고 남자친구와 교회로 확장되는 것이다.


넷 중 어느 하나라도 구멍이 나면 나는 좀 힘들어진다. 삶이 팍팍해지기 쉽다. 그래서 균형을 잘 맞추는 일이 내게는 정말 중요하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있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누구의 일상도 빵꾸가 나지 않도록 조금 열심히 기도한다. 그들이 무너지는 건 내가 무너지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실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한 감사 기도만 드리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다.


한편 오늘의 새벽을 지킨 덕분에 데이트도 지킬 수 있었다.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오후 4시 출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야근과 오후 출근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어쩌다 오빠의 근무 시간이 바뀔 때면 우리는 새로운 시간의 데이트를 하게 된다. 아침 데이트는 꽤 좋다. 오빠는 아침형 인간이고, 나는 아침형 인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빠를 만나면 생산적으로 늘어진다. 우리가 만나는 일이 우선은 생산적이고, 일단 만나고 나면 대체로 늘어진다. 데이트 장소가 대체로 오빠의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고, 맛있는 걸 먹고 나면 조금은 각자의 시간으로 흩어진다. 오빠는 게임을 하고 나는 핸드폰을 본다. 이제는 원룸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나는 거실을, 오빠는 방을 차지한다.


한 게임이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껴안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조금 심심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오빠를 부르거나, 오빠에게 간다. 그리고 나와는 전혀 무관한 화면을 배경으로 둔 채 오빠를 조금 괴롭힌다. 오빠가 무슨 게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차피 옆에서 조금 밍기적거리다가 다시 나가서 나의 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빠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닌 이상 나에게 집중한다. 나의 심심함을 조금 알아주고 가끔은 게임을 끈다. 그리고 보통은 게임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 고지해준다.


최근에 오빠가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거실에서 각자의 일을 하기도 한다. 오빠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티비를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나와 이야기도 한다. 세 가지를 한 번에 해내는 그가 신기하다. 내가 추천한 미국 드라마를 같이 보는데, 게임을 하면서도 드라마의 내용을 적당히 잘 따라가고 있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아무리 집중해도 가끔씩 놓치는 것들이 있는데. 수년간 멀티로 살아온 자의 동시 다중 기능이란 걸 목격했다.


나는 오빠가 내 앞에서 게임을 하는 일이 싫지만은 않은데, 그건 내가 가만히 있다가 문득 귀여움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빠의 집중한 뒷모습을 보면서 사랑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그가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자주 장난을 치고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그가 다른 데 집중하는 사이 나는 내게서부터 나오는 사랑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래서 그의 머리도 만지작거리고 등도 만지작거린다. 나의 일에 집중하거나 지금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오히려 상대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집에서는 한없이 게을러진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오빠네서 좀 쉬어도 그 외의 공간에서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오빠집에서도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괜히 하고 싶지가 않다. 집에서 쉴 것까지 몰아서 쉰다고 생각하며 지낸다. 그렇게 신나게 쉬고 오면 오늘처럼 저녁에도 집에서 글을 써야 한다. 그래도 오빠집에서 하는 것보단 우리집에서 하는 게 더 쉬운 편이다.


다음주면 우리는 오빠의 본가에서 사흘, 제주도에서 나흘을 보낼 것이다. 오빠의 휴가 시즌이기 때문이다. 나도 완전히 휴가처럼 쉴지, 간간이 할일을 해야 할지 아직 고민중이다. 내게 남은 올해가 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일이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요즘 소설에 대한 공부가 꽤 재밌어져서, 휴가 시즌까지 공부를 끝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아주 두꺼운 시리즈를 빌려온 참이다.


소설의 모든 것씩이나 알고 싶은 건 아니지만, 다 읽고 나면 조금이라도 몸에 익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소설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건강한 신체와 좋은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주 동안 이른 취침과 이른 기상을 연결시키고, 건강한 신체와 영혼으로 쓰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 그러다 쉬고 싶을 때 오빠의 집을 찾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