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의 스물다섯
지금까지 4명의 무직인을 인터뷰하는 동안, 초롱은 곧 자신의 차례가 올 것임을 예상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이미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완전한 무직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빨리 묻지 못했는데… 고맙게도 그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롱과 열음은 대학 동기다. 둘다 재수를 했으며, 같은 과의 다른 반으로 만났다. 1학년 때 MT에서 ‘너무너무너무’를 추면서 친해졌다…
초롱을 만나면 턱없이 웃겨서 자주 무너지곤 한다. 그러다 또 서로의 삶과 계획과 불안에 대해 공유할 때면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그 간극이 크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일 뿐이다. 초롱은 아주 계획적이고 치밀한 편이다. 열음의 계획은 자주 무산되지만 초롱의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의 하루 일과를 따라 해보려다 조금 실패하고 그냥 나만의 루틴을 만들게 됐다. 고마운 일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떠한 영감을 주는 자다. 웃음 소리는 정말 시끌벅적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가 오면 아주 잠잠해진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을 뱉는 그를 보면서 어떤 개운함 같은 걸 느꼈다.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공식 인터뷰이로서는 한 차례 정제된 말들이 턱턱 나오곤 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이미 몇 번이고 소화된 생각임을 느꼈다. 초롱의 대답을 듣는 동안 열음이 개운했던 것처럼, 초롱도 시원해지는 구석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강아지 이름은 생각해 보셨나요?
제가 키웠던 첫 강아지인 초롱이로 하겠습니다.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떤지 먼저 이야기해 주세요.
너무 명확해서 쉽게 말할 수 있는데요. 8시 반쯤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도서관을 갑니다. 대략 한두 시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어요. 집에서 할 일을 마저 하다가 6-7시쯤 헬스장을 다녀오면 하루가 끝나요.
- 되게 깔끔하네요. 어떤 일을 주로 하시는 건지.
지금은 온라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도서관이든 집이든 그것과 관련된 일만 하고 있어요.
- 사업 아이템을 가져오거나 발주를 넣으시는 건가요?
지금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 대학 전공은 경영학부와 벤처비즈니스 맞으시죠. 지금 하시는 일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처음 경영을 선택한 것도 현실과 타협했기 때문인데요. 원래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나마 취직이 잘 되면서도 흥미가 있을 것 같은 마케팅을 선택하게 됐어요. 막상 수업을 듣다 보니 구체적으로 MD라는 직무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강의를 서울에 들으러 간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 쿠팡 MD분의 강연을 듣고,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분께서 직접 물건을 팔아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스펙을 쌓고자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거였어요. 결과적으로는 전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 무직의 상태로 얼마나 시간을 보내셨는지.
올해 8월에 졸업을 했고요. 약 2개월 차네요. 작년 4월에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자 등록도 냈거든요. 졸업 후에 잠시 방황하는 시기를 보냈어요. 8월은 그렇게 흘러갔고, 9월에는 좋은 기회로 컨설팅을 받아서 그 내용을 토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입니다.
- 무직의 상태인 동안 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혹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다면.
음… 남에게는, 특히나 친구들은 공통적으로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질문이었고요. 부모님은 제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아니까 물어보지 않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취직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스스로에게는,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다 보니 의심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이게 맞을까?‘와 ’이게 맞다‘를 계속 오간 것 같아요.
- 의심과 확신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나 봐요. 현재 생활에 필요한 수입은 어떻게 내고 계시나요.
역시 좋은 기회로, 전에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디자인 외주를 맡기셔서요. 프리랜서처럼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인가요?
사회적 기업들이 모인 스마트스토어가 있는데, 판매할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구성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 할 만하신가요?
저는 너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다행이네요. 그러면 한 달에 최소로 필요한 생활비는 얼마라고 생각하시는지.
정말 최소라면 대략 80만 원이라고 생각해요.
- 헙. 월세 제외 말씀이시죠. 화끈하시네요…
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서울도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혹시라도 빵꾸가 난다면 아빠 카드의 도움을 받는 편입니다.
- 지금까지 인터뷰이들 중에 가장 큰 금액을 부르셨어요. (웃음) 무직인으로 살 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두 가지가 동일한데요. 시간의 자유가 있다는 점이에요. 그게 좋으면서도, 방대한 시간을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 무직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들어 특히 생각한 게 커뮤니티요. 내향적인 사람인지라 많은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닌데요. 졸업을 하고 나니까 완전히 무소속이 되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스터디도 알아보게 되었어요.
- 어떤 스터디인가요?
온라인 사업 관련해서 일하시는 분들끼리 스터디가 있더라고요. 이번주부터 가게 될 것 같습니다.
- 스터디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온라인 사업 관련한 전자책을 구매했을 때, 그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카톡방이 생겼거든요. 네이버 카페도 있고요. 저는 카페에서 본 모집 공고에 지원해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오프라인으로 모이더라고요.
- 헉, 그럼 매주 서울까지 가셔야 하네요.
일부러 오프라인으로 했어요. 커뮤니티로 모이는 의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동기 부여도 될 것 같고요.
- 만나서 주로 무얼 하시는 건가요? 사업 스터디는 처음 들어보네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상품을 소싱(대외구매)하고, 또 촬영해서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광고도 해야 하거든요. 스터디는 그 과정들을 공유하는 창구인 것 같아요. 각자 준비해서 공유하고 피드백도 받는 것인데요. 정리하자면 정보 공유와 동기 부여의 목적이에요. 아무래도 제대로 된 스터디는 서울에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다양하니까요.
-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리프레시도 될 것 같고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