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무튼, 찬양팀

by 최열음

이번주 토요일엔 자격증 시험, 북토크 운영, 리더 및 찬양팀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화요일쯤 되니 살짝 걱정이 된다. 지난 토요일에는 교회 청소 2건과 자격증 공부, 리더 및 찬양팀 모임에 참석했다가 두통을 얻었다. 내 몸만 생각하면 그렇단 얘기다.


이번주는 방법을 달리해 보고 싶었다. 지난주엔 한주 내내 일하고 공부하고 사역 준비하고를 반복하다 토요일이 오기 전부터 겁을 먹고 지쳐 있었다. 무리한 일을 어쩔 수 없이 계획해 놓고 모두 끝내고 나면 탈이 난 후에 왜 아파졌는지 돌아보는 루틴이 벌써 몇 차례 반복된 참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지칠 걸 알고 겁을 먹어서 실제로 피곤했다면, 이번주는 감사와 기쁨으로 태도를 바꿔 보기로 했다. 어차피 무리한 계획과 수행과 몸살의 굴레를 앞으로도 끊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테스트라도 해 보자 싶어서…


주 단위로 삶을 인식하고 마치 매주 에너지를 갱신하듯 살아왔다. 운동을 하거나 눈에 띄는 휴식을 취하지도 않았고, 체력이 좋지도 않으니 순전히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 천성이 감사와 긍정은 아니라서, 감사와 기쁨을 습관으로 들이려면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오늘 친구가 보내준 릴스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찬양팀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나도 반주 말고 기도하고 싶다.’ 생각할 때, 과연 하나님이 그 마음을 모르실까. 우리 찬양팀의 목적은 회중과 하나님을 잇는 통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정말 매주 찬양팀으로 모이고 연습하여 주일에 예배하는 과정은, 함께 예배하는 지체들을 섬기는 서포터의 역할이 맞다. 각자의 고요한 찬양과 예배는 주중에 예배를 준비하며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주일에 다른 사람들을 서포트하느라 내 기도를 못하고, 내 찬양을 못 드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 그 섬김이 기도이고, 그 모습이 찬양이다. 그 마음을 하나님은 다 아신다는 것이 릴스의 내용이었다.


퇴근하다 문득 우리 찬양팀이 떠올랐다.

‘이번주 모임에서 우리가 찬양팀을 하는 이유를 나누기로 했는데… 나는 찬양팀 왜 하지?’ ‘하나님이 보내셔서 하는 거긴 한데 내 마음은 뭐지?’ ‘근데 이번주 연습 갈 때 나 정말 녹아있겠구나.’ ‘토요일에 일정이 그렇게 많은데 과연 집중할 수 있을까?’ ‘이번주 찬양팀 기도제목에 자격증 시험 잘 보게 해 달라고 추가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른 질문이 들었다.

‘근데… 내가 시험 잘 보고 싶은 거 하나님이 모르실까?’


내가 드리는 섬김의 삶이 기도라면 하나님은 분명히 아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도. 어차피 하나님 앞에서 완전함이라는 걸 말할 순 없는 거니까. 잘하길 기대하시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보시는 것 같다. “일이 이렇게 꼬였으니 하나님 잠시만요, 이것만 일단 처리하고 감사할게요.“가 아니라, ”하나님, 일이 이렇게 꼬였는데 어떻게 할까요?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그렇다면 결국 믿음은 태도가 아닐까.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삶은 태도가 전부이다.


그렇다고 염세적으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하나님 앞에서 완전할 수 없다면 되는 대로 살면 되는 게 아닌가? 하나님은 있는 그대로 날 사랑해 주실 텐데. 하나님은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우리가 더 할 수 있는데 포기하고 마는 것과 더 할 수 없어서 멈춰서는 것을 아신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기에.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 이는 우리가 율법의 행위로써가 아니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함이라 율법의 행위로써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느니라

[갈2:16]


우리가 완벽히 의롭기 때문에 우리를 의롭다 하시는 것이 아니다. 의롭게 살고자 하는 의도를 보시고, 그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그것이 칭의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그것을 목적으로 두고 너무 많은 시간을 애써 왔다. 하나님은 내게 찬양 인도라는 사역을 맡기시고 찬양을 얼마나 휘황찬란하게 은혜롭게 인도하는지를 시험하시려는 게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낯설고 어렵고 고된 길이라고 해도 어떤 마음으로 통과하는지를 보시려는 것 같다.


나랑 같이 교회를 다니는 남자친구는 말했다. “하나님이 너를 어떻게 훈련하시는지 옆에서 지켜보면 참 놀랍고 감사해.” 나는 내 안에 갇혀 있어서 그걸 몰랐다. 이제 조금 그게 보인다. 하나님이 날 어떻게 키워 가시는지, 일과 사역과 시간들을 통해 나를 훈련해가시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표지) Yamanaka Gen- four stars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살아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