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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

by 최열음

*글모임 ‘재주넘기‘에서 쓴 글이자,

책 <시간 안에서 사는 법>을 읽고 쓴 시



-살아있다는 것



지난 슬픔과 수치와 기쁨과 안락과 향수

다가올 사람과 사랑과 헌신과 상처와 죄악

그것은 오늘의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버겁다

시간은 접힌다

결정적인 순간들,

카이로스의 시간

더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날들

당신이 내 안에 쌓여 있어서 나는

더 이상 울지 않고

당신 위로 겹쳐올린 시간의 궤적에

끊임없이 실수하며

짓밟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

의심하며 걷는다

살아있다는 건 죄악

을 떠나지 못하는 것

속도 없이

살게 해줘,

그 한마디

얹어 놓고는 빛을 잘근잘근

주워 먹는다

그러면 우린

아무런 일도 없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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