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곧 있으면 우리 청년부에서도 다음 리더를 선출하고 권면하는 시기가 온다. 그 타이밍을 빌미로 지난 한해를 돌아본다. 매년 그렇겠지만 올해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를 옮기고, 워십 리더로 세워지고, 오빠와 결혼을 준비하고, 고1 때 만난 친구들과 10주년을 맞이하고,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일이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축적되어 왔다. 시간이 내 앞을 쌩하고 지나간 것 같다.
이번주 예배 찬양에서 붙드는 말씀은 부르심에 관한 것이다. [고전 7:24] 형제들아 너희는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
요즘 까먹는 게 습관인 것 같아서, 그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회사 컴퓨터 앞에 써서 붙여 두었다.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내가 부름 받은 자리를 생각해 보니 그 자체로 은혜다. 준비되었기 때문에 세워지지 않았고, 회사도 교회도 삶도 하나님이 부르시기 위해 나를 세우셨다.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것이 오히려 내게 자유를 주었다. 이것저것 하면 안 되는 일이 많아 보이지만, 진리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작은 것들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최근에 회사 상무님과 단둘이 식사할 일이 있었다. 굉장히 커리어 우먼적인 여성 분이었는데, 책을 쓰실 일이 있어서 출판사를 다녔던 내게 밥을 먹자고 하셨다. 출판사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정보를 드리고… 잠시나마 편집자라고 불렸던 게 꿈 같이 스쳐갔다.
그분이 하셨던 말씀 중에, 아무런 성장 없이 그냥저냥 다녀도 회사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1%라도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과정이 있다면 미래가 달라질 거라고 하셨다. 어쩌면 좀 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그냥저냥 묻어가고 싶었던 마음을 들킨 것 같이. 그분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가 가장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정말 진심 같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 는 나한테 없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많아도…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모양은 없었다. 조금은 더 미래지향적이어도 될 것 같다. 하나님이 내게 하고 계신 일, 이루실 일에 대해 소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데… 믿음, 소망, 사랑 중에 하나라도 무너지면 그게 정말 티가 나더라. 최근엔 소망이 좀 부족했던 모양이다.
매년 꾸준히 준비해서 넣었던 브런치 공모전도 내일이면 마감이다. 올해만큼 딱히 새로운 걸 내지 못하는 것도 처음 같다. 삶의 초점이 글에서 글이 아닌 것으로 너무 많이 옮겨졌다. 그게 엄청 싫지는 않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한번 멀어지다 보면 끝없이 멀어질까봐 두렵긴 하다.
호기롭게 계획을 세우고 바로 까먹어버렸던 올해 초를 떠올린다. 생각보다 허술해서 어이없지만 결코 매일의 삶이 가볍진 않았던 것 같다. 묵직하게 채워주신 은혜와 매순간의 호흡으로 인해 여기까지 버텨왔음을 믿는다. 할일에 매몰되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 법,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법을 더 배우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