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한의사도 전공의 있습니다
"직업이 뭐예요?"
최근엔 이런 직접적인 질문을 받을 일이 거의 없지만, 아주 가끔 나의 밥벌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퍽 곤란한데, 꼬리를 물고 이어질 문답에 구구절절 내 상황을 설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그 끝은 상대방의 어리둥절한 물음으로 마무리된다.
"아.. 한의사도, 전문의(전공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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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이 졸업 후 일반의로 근무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보니 이 같이 질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공의를 모집하는 한방병원의 수도 많지 않고 전공의를 모집한다고 해도 그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쉽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총 4년의 긴 수련기간도 지원자가 적어지는 데 한몫한 것 같다.
라떼는~, 같은 이야기는 지양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들었거늘, 익명의 힘을 빌려 말해보자면,
전공의 지원자가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눈에 띄고자 학점관리에 열을 올렸고, 각종 대외활동에도 기웃거려 봤으며, (결과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확연히 적은 수면시간을 미리부터 걱정해 체력 관리에도 힘썼다.
그런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모든 한방병원에 전공의 지원자가 줄었다고 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다, 다들 똑똑한 선택을 했다,
전공의 내의 최고참 연차로서 잘난 척 떠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3년간 병원에서 전공의로 일하는 동안 나름대로 다이나믹한 경험을 제법 했었는데 아무도 나의 경험을 궁금, 또는 부러워하지 않는 건가 해서 솔직히 약간의 조바심도 난다.
그래서 주절주절 익명의 공간에, 어쩌면 다른 사람도 궁금할 수 있는 내 얘기를 써볼까 한다.
직업 얘기를 하다 보면 항상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했던, 엄마 친구, PT 쌤, 각종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의 궁금증을, 이 글이 조금은 해소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