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는 매년 초마다 프랑스 스타트업 랭킹인 [넥스트 40(Next 40)]과 [프렌치 테크 120(French Tech 120)]을 발표해 왔습니다.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은 프랑스 정부가 유망한 스타트업 120곳을 선별해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선정된 120곳 가운데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고, 지난 3년 간 1억 유로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는 스타트업 40곳을 다시 선발해 [넥스트 40]으로 선정합니다.
넥스트 40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국가의 공식적인 기업을 받은 스타트업이기에 투자자들과 미디어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게 될 뿐만 아니라, 노동청과 중앙은행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지원을 받게 될 기회도 훨씬 많아집니다.
2022 넥스트 40/120, 어떤 점이 달라졌나?
▼ 2022년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명단(*빨간색 로고는 넥스트 40 스타트업)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넥스트 40/120을 통해 2025년까지 유니콘 25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올해 1월에 로보틱 솔루션 업체 엑소텍(Exotec)이 25번 째 유니콘에 이름을 올리며 3년 앞당겨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제부터 넥스트 40/120을 통해 유니콘을 발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대표 주식지수인 CAC 40에 편입될 프랑스 대표 기업 육성을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2022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공개된 스타트업 120곳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름을 올린 기업이 84곳, 리스트에 처음으로 합류한 기업이 36곳이었습니다. 카테고리 별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핀테크 기업이 17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리스트업을 공개하면서, 주최측인 라프렌치테크의 디렉터는 "프렌치 테크 넥스트 40/120은 단순한 랭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라페린치테크 스타트업 매니저들은 백마켓 등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문제에서 더욱 수월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내 외국 직원의 비자신청이나 행정적 지원과 같은 문제를 적극 나서서 돕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넥스트 40에서 주목해 볼만한 스타트업 2곳
▼ 단번에 '넥스트 40'으로 합류한 기업들
올해 명단을 살펴보면 [넥스트 40]에서 [프렌치 테크 120]으로 순위가 떨어졌거나, 아예 리스트 밖으로 밀려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 리스트에 등장함과 동시에 곧장 [넥스트 40]에 진입한 스타트업도 8곳이나 나왔습니다.
각각 소레어, IAD, 덴탈 모니터링, 360러닝, 로프트 오르비털 테크놀로지스, 데카르트 언더라이팅, 리펜, 말트 등인데요. 오늘은 이 가운데서 한국 시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덴탈 모니터링과 데카르트 언더라이팅 등 두 기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덴탈 모니터링
▼ 덴탈 모니터링 상품 튜토리얼
덴탈 모니터링은 치아 교정 솔루션 업체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치과의사 및 교정 전문의들이 가상환경에서도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 200개 이상의 특허를 기반으로 개발된 인공지능은 5억 장 이상의 사진과, 업계 최대 규모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구축되었다고 합니다.
치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일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과 방문은 더욱 꺼려지게 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덴탈 모니터링의 가치가 제대로 부각된 것으로 보이니다.
덴탈 모니터링은 2021년 한 해 동안 투자금으로만 1억5천만 달러(약 1824억7500만 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더해 덴탈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처음으로 유니콘에 등극했다는 것 역시 주목해 볼만 한 점입니다.
덴탈 모니터링의 핵심 상품에는 <스캔박스 프로>와 <덴탈 모니터링 앱>이 있습니다.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이용해 자신의 치아를 고품질의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스캔한 다음 앱에 업로드하면, 담당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식으로 운영 됩니다.
현재 전 세계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7천 명 이상의 치과 전문의가 해당 서비스에 등록되어 있으며, 모니터링된 환자 수만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투자에 참여했던 주요 관계자는 "덴탈 모니터링은 1980년대 디지털 이미징, 1990년대 구강 스캐너가 등장한 이래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업자"라고 극찬하며, 유리한 시장 기회를 틈타 해외 지출이 이뤄질 여지가 높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데카르트 언더라이팅
데카르트 언더라이팅은 기후 리스크 모델링에 전문화된 보험테크 업체로서 홍수, 가뭄, 폭염, 산불, 싸이클론 등 기후위기로부터 기업과 정부가 재정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기후 위기로 인한 여러 문제들에 발 빠른 대처를 보여준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합니다.
전통적인 보험은 오랜 기간 동안 손해사정 과정을 걸쳐야 한다면, 데카르트는 가입자의 손실 규모가 아닌 특정 기간 동안의 강우량이나 강진량 등 객관적 지표에 따라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라메트릭 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시리즈 B 펀딩을 통해 1억2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포츈 500 기업이 대거 포함된 200곳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 대규모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지역들
기후위기가 대형 재해로 가시화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생산에 대한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보상 내용을 추가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데카르트 언더라이팅은 바로 이런 부분에 주목함으로써, 자연재해 전문 보험 상품을 기획하고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보험 업계를 향해 기후 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마치며
프랑스 정부가 선정한 [넥스트 40/120] 스타트업들은 실제로 프랑스인의 일상 생활에 매우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의 62%가량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넥스트 40/120]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이는 지난해 53%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실제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로아의 파리 특파원 김도형 컨설턴트는 "프랑스 국민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까지 백마켓, 알란, 독토리브, 블라블라카, 오픈 클래스룸 등 서비스를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단순히 프랑스 내에서 친숙한 기업을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일 텐데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0억 유로, 한화 약 20조2천억5천만 원을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세계적 기업으로의 성장에 기대가 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