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파리(Tech in Paris)' 시리즈는 로아리포트의 김도형 컨설턴트가 파리 현지에서 직접 유럽의 생생한 테크 트렌드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2년 1월은 프랑스 스타트업 업계가 떠들썩했던 한 주였습니다. 재생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백마켓(BackMarket)과 프랑스 네오뱅크* 스타트업 콘토(Qonto)가 5억 달러 이상의 메가라운드 투자유치 소식을 전한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기업가치가 50억 달러 이상인 프랑스 스타트업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네오뱅크: 무료 중개수수료, 온라인 투자자문, BNPL(Buy Now, Pay Later), 체크카드, 입출금 계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은행.
프랑스 최대 스타트업이기도 한 백마켓의 투자유치 소식이 공개된 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스테이션F(Station F)에서 백마켓 CEO인 티보 허그 드 라라우즈와의 Q&A 세션이 진행되었는데요. 로아의 프랑스 특파원이 바로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인 백마켓에 대해 알아보고, 현장에서 직접 만난 백마켓 CEO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최대 스타트업, 백마켓은 어떤 곳?
백마켓은 리퍼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프랑스 대표 스타트업입니다.
리퍼 제품은 일반적인 중고제품과 달리, 소비자가 반품한 것을 일부 수리하고 다듬어서 중고제품보다 양호한 상태로 만든 뒤에, 정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전자제품의 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고,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고취됨에 따라 리퍼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백마켓은 지난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백마켓은 11일, 스트린트 캐피탈(Sprints Capital) 등으로부터 5억1천만 달러(약 6111억3천만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하며 57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백마켓은 프랑스에서 최대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에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조달한 투자금과 관련해 백마켓은 미국 직원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글로벌 직원을 지금의 650명에서 1천 명으로 늘리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 백마켓 CEO를 만나다
▼ 백마켓 CEO(왼쪽) Q&A 세션 현장
백마켓의 투자유치 소식이 공개된 날, 스테이션 F에서 백마켓 공동 창업자이자 CEO로 재임 중인 티보 허그 드 라라우즈(Thibaud Hug de Larauze)와의 Q&A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호스트는 스테이션 F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업계 유명인사 록샌 바자(Roxanne Varza)가 맡았습니다.
행사는 창업자 또는 스타트업 관계자 100여 명이, 백마켓 CEO인 티보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션에서 진행된 대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백마켓은 어떤 회사인가요?
백마켓은 100% 마켓플레이스 모델의 리퍼제품 스타트업입니다. 서드파티 셀러가 백마켓에 리퍼 제품을 게시하면 60여 개 국가 어디에서든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해당 거래에서 백마켓은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백마켓)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뢰와 품질이에요. 똑같은 제품이 40개 게시되었다고 해도,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우선 내보내고 있죠. 다른 경쟁 플랫폼들은 전부 최저가라는 점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지만, 저희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제품의 품질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셀러에게는 높은 마진을, 고객에게는 만족스러운 제품을 제공하는 Win-Win 전락이죠.
백마켓을 창업하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창업을 결정하는데는 가족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와 형제들 모두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또 프랑스는 실업자에게 2년 동안 임금의 50%를 지원하고 있잖아요? 이 제도 덕분에 창업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리는 것! 이 두 가지를 그저 실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마침 8년 전, 마켓플레이스 인에이블러(enabler) 회사인 넷이븐(Neteven)에서 근무할 때, 리테일부터 제조까지 다양한 산업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루는 리퍼비시 회사에 실사를 나가게 되었는데, 스마트폰을 분리해서 부품을 교환하는 광경들이 매우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당시 고객들은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새제품 또는 중고제품, 이 두 가지 중에서만 골라야 했어요. 아마존, 월마트, 이베이 등에서 중고제품이 거래되고 있기는 했지만 새제품과 매우 큰 격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였죠.
그래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리퍼 전문가들을 모으고, 중고제품과 차별화된 안전한 리퍼 제품을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저는 순환경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 이후 운좋게 지금의 공동 창업자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 세션에 참여한 창업자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
판매되는 제품의 신뢰도 제고에 관심을 쏟는다고 하셨는데요,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어떤 관리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저희는 셀러에 대한 충분한 검증시간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셀러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일부분 만을 사이트에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그들이 게시한 품질 수준과 실제 제품의 품질이 일치한지 뿐만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지 등 이커머스 역량도 체크하고 있습니다.
40일 동안 이런 항목들에 대한 검증을 마친 셀러가 있다면, 큐레이팅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셀러의 상품이 더욱 많이 노출됩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현재 백마켓 제품의 고장률은 4% 수준입니다. 이는 백마켓에서 추정하는 신제품 고장률인 3%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입니다.
마켓플레이스의 신뢰도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죠. 다른 마켓플레이스에서도 백마켓과 같은 방식을 흔히 사용하나요?
글쎄요. 마켓플레이스 모델은 크게 에어비앤비와 우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어비앤비는 숙소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필터 등 사용자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반면 우버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어떤 운전자와 매칭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버가 필요한 정보 만을 수집한 다음, 큐레이션을 통해 결과치만 제공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백마켓은 우버와 비슷한 방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백마켓 운영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 각각의 단계에서 몸소 느꼈던 변화가 있다면?
� 백마켓은 직원을 채용할 때 다양성을 고려하는지?
� 조직 내 다양성을 통한 성공적인 사례가 있는지?
로아리포트 원문으로 이동하시면 모든 Q&A 세션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의 한 마디
컨퍼런스 당일 티보는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 관해 '매우 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스프린트 캐피탈을 포함해 여러 펀드들에서 지난 시리즈 D 라운드 투자에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놓치게 되었는데, 몇 차례 연락을 유지하다가 이번 투자 건을 제안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투자사들에서는 백마켓이 내세운 거의 모든 조건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티보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투자유치에는 "사실상 0시간이 소요된 셈(This one took like zero time.)"이죠.
쟁쟁한 투자사들에서 백마켓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있고, 6천만 명의 고객이 백마켓을 이용한 등의 지표는, 백마켓이 이미 프랑스 내에서 검증받은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바야흐로 프랑스를 넘어 해외에서 성공적인 지표를 만들어내야 할 타이밍인 것입니다.
앞으로 백마켓이 어떻게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리퍼 제품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인식되게 할지, 스케일업 과정에서 조직문화를 어떤 식으로 성장시킬지, 경쟁업체들을 뛰어넘어 미국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