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특수를 누리며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큐커머스 시장, 그 황금기를 함께 한 배송 스타트업들에서 투자유치 난항을 호소하며 줄줄이 폐업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줄줄이 문닫는 배달 스타트업들, 투자유치도 어려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인기를 얻었던 배송 분야는 바로 15분 안에 신선한 식료품이나 가정용품을 배달해 주는 초고속 배송이었습니다. 초고속 배송 업계는 2021년에 매출 2000만~2500만 달러, 한화로 약 246억~308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해 투자유치 규모는 전년대비 10배 증가한 80억 달러로 집계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파른 산업 성장세를 타고 배송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몸집을 키웠는데요. 안타깝게도 최근 줄줄이 폐업 소식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바이크(Buyk)는 뉴욕과 시카고에 위치한 매장 39곳의 문을 닫고 파산 신청을 했으며, 맨해튼 기반의 인스턴트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인 1520은 설립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에 폐점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뉴욕과 보스턴에서 식료품을 배달하는 프리지노모어(Fridge No More) 역시 트위터를 통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금 조달에서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익성을 검증하지 못한 배송업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3월 말, 온라인 기반 농작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스타카트는 자사 기업가치가 40% 가까이 하락해 24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배송 스타트업, 파산 피하지 못한 이유는?
배송 스타트업들이 파산에 직면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높은 운영 비용입니다.
초고속 배송 산업에서 업체들 사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주택 주변, 즉 도시에 주문처리 장소를 구축해야 했기에 인프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주로 계약직 개념으로 고용하는 긱경제(Gig Economy) 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정규직으로 라이더를 고용해 유지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렇듯 높은 운영비용에 대비해 영업마진이 얼마 남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감당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서비스 업체인 DA Davidson의 시니어 리서치 애널리스트 Tom White는 "패자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초고속 배송 시장은 자본이 많이 드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합되는 과정일 뿐, 15분 배송 서비스 사라지지 않을 것
일각에서는 일부가 통폐합되는 과정일 뿐, 15분 초고속 배송 서비스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과거 주차대행 서비스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 바 있었습니다.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서비스의 인기에 힘입어 주차공간을 대여해주는 주차대행 서비스가 반짝했었지만, 놀고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손실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많은 업체들이 파산을 선고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업들은 존재합니다.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한스 타파리아는 "해당 비즈니스들은 준비 여부에 관계없이 현재의 저금리 환경, 높은 밸류에이션,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유사하게 시작했으며 그 중 대다수가 실패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지금 그 균열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om White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것을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제품을 더 빨리 받아보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초고속 배송 업체 수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비즈니스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