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필두로 미디어 업계에서는 다양한 구독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유독 게임 구독 모델만 성장이 더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임 시장에서는 왜 구독 모델 채택이 느려지고 있을까요? 이번 편을 통해 그 이유와 특징,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구독 모델, 왜 게임 산업만 뒤처졌나요?
게임은 투자, 판매, 수익화 등 방면에서 복잡한 경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또한 음원, 영화 등과 달리 파일의 크기, 플레이 시간, 게임 형식 등이 획일화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소매 모델에서 벗어나 구독 및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무료로 인기 게임이 배포되고, 게임 내 결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현재의 모든 게임 모델들이 구독 서비스 형태와 아예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4월에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2021년 전체 게임 시장 소비자 지출의 79%가 인앱결제 기반"이라며 "구독형 모델로 전면적인 수익화 전환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미디어 리서치 업체인 암페어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게임 시장에서 구독 및 클라우드 게임은 고작 4%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5%에 불과하며, 그 중 대다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 이용자라고 합니다.
진일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게임패스 사용자 대부분이 다운로드만 받아두고 게임을 스트리밍 하지 않는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미디어 산업은 어떤가요?
음악 산업은 불법복제, 디지털 배포, 스트리밍 음악 파일의 정교함 등 요인으로 인해 다른 미디어보다 더 빠르게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구독 플랫폼을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상당히 보편화된 상태입니다. 미국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음원 수익의 83%가량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음원 스트리밍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4억 명 이상의 월간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TV 부문은 제작, 배포에 관한 경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구독 모델에서는 음원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상태입니다.
리서치 업체인 닐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 등 스트리밍 플랫폼은 미국 내 TV 시청 시간의 26%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64%에 해당하는 미국 시청자는 여전히 케이블 및 네트워크 TV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영화 부문은 시장 점유율이 케이블, 위성 제공 업체, 구독 서비스 등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2021년에 공개된 미국영화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관객수가 크게 감소됨에 따라, 영화 산업은 디지털 배급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종사자들이 전통적인 극장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관계로 위와 같은 시장 점유율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게임 구독 모델, 작지만 성장의 '불씨' 아직 살아있어
게임 시장에서 구독 모델의 입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콘솔 게임 이용자 가운데 디스크가 아닌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을 선택한 소비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되는 것보다 콘솔이나 PC 등 디바이스에서 다운로드 되는 횟수가 아직 확연히 많은 데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구독 모델로의 전환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영화와 TV 부문처럼 가속화되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엑스박스 게임패스 사용자 2500만 명 가운데 10%가량은 꾸준히 게임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희망적입니다. 해당 조사결과는 게임 구독 모델과 기타 게임 시장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5년 동안 게임 콘텐츠 구독 시장에서 스트리밍 배포가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게임 구독 모델, 현실적으로 당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을 미루어볼 때, 게임 구독 모델을 광범위하게 채택하는 일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니(Sony)는 자사 구독 서비스 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PlayStation Plus)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단일 게임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한 구독 플랫폼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출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선택인지 불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임원인 션 레이든은 "1억2천만 달러의 게임을 월 9.99달러의 구독형 서비스로 출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구독자 5억 명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지금 당장은 기반 확장을 위해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게임용 넷플릭스'로 불릴 만한 게임 구독 모델이 게임패스 하나 뿐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른 게임 업체들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며 구독 서비스를 내놓게 될 지, 게임 산업 내 구독 모델이 어느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