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페이스북이라는 오랜 사명을 뒤로 하고 개명까지 단행하며 리브랜딩을 시도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공감을 사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리브랜딩 이후, 메타의 주가는 40% 가까이 곤두박질 치며 단 몇 개월 사이에 시가총액 3490억 달러가 증발하기도 했습니다.
메타의 이런 상황을 놓고 외부와 내부의 시선이 다소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번 편에서 메타가 직면한 도전과 이를 바라보는 내·외부 관계자들의 시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광고 비즈니스에 닥친 위기
애플과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 강화
지난해 4월26일,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을 도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메타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활동을 추적하거나 모니터링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허용하면 앱 트래킹이 가능하긴 하지만, 추적 방지가 기본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올해 2월, 구글도 사용자 프라이버시 정책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도 광고 트래킹이 금지될 예정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70% 이상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활동 데이터를 활용해 타겟 광고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메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광고 비즈니스에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메타 임원들의 분석
메타의 CFO인 데이비드 웨너(David Wehner)는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로 메타의 2022년 매출이 100억 달러 가량 타격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적 있습니다.
해당 발표가 있은 다음 날, 메타의 주가는 20%가량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 상장 이후 가장 낮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되었습니다.
메타의 전 마케팅 임원은 “구글과 애플 양사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와 유럽의 데이터 관련 법 제정이 메타의 광고 효과를 30%가량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틱톡의 부상으로 가중된 위기감
틱톡(TikTok)의 부상으로 메타는 1위 광고플랫폼 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틱톡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MAU(월간활성 사용자 수) 16억 명을 달성했는데, 지난해 9월보다 50%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틱톡을 견제하기 위해 메타 또한 인스타그램 내에서 ‘릴스(Reels)’라는 카피캣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릴스는 사용자가 인스타그램에 머무는 시간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았지만 기존의 뉴스피드보다 광고 노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 매력적이지만 불분명해
애플과 구글의 정책 변화는 메타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메타의 모바일 앱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를 거쳐야 했는데, 사용자들의 쿠키를 수집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광고 비즈니스에 제동이 걸리자 마크 저커버그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전 메타 임원은 “페이스북은 애플 또는 구글 플랫폼에 존재하는 하나의 앱에 불과했다”며 “마크 저커버그가 차세대 플랫폼을 컨트롤하기 위해 메타버스와 오큘러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더 이상 다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닌, 애플과 구글처럼 다른 서비스들이 거쳐가야 하는 관문(gateway)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10월,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연례 컨퍼런스인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새로운 사명을 발표하며 “메타의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고 어울리며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제품을 광고할 수 있는 가상세계의 집합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데다 친숙하지 않은 컨셉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메타버스의 수장인 비샬 샤는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에 대한 어색함을 빠르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핵심 인사들의 연이은 사임
메타가 다양한 도전과 불안한 상황을 마주한 시점에, 메타의 2인자로 불렸던 셰릴 샌드버그를 포함해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하며 메타를 둘러싼 불안감은 한층 가중되었습니다.
비즈니스 퍼블리케이션 인사이더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회사를 떠난 고위직 임원이 18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최고 매출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피셔, 페이스북 앱 감독자였던 피지 시모, 글로벌 광고 세일즈의 최고 책임자였던 캐롤린 에버슨 등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13년간 메타에서 근무한 최고기술책임자(CTO) 마이크 슈뢰퍼도 회사를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로운 임원들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영국의 전 부총리였던 닉 클레그가 현재 글로벌 사업부 사장을 맡고 있으며 메타의 차기 2인자로 지목되고 있는데, 테크 관련 경험은 물론 기업 운영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자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내부 분위기는 낙관적
포츈이 익명의 현직 및 전직 메타 직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기사로 내놓았습니다. 외부의 우려와 반대로 이들은 대체로 마크 저커버그를 한 번 믿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저커버그가 회사를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경험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커버그는 PC 웹사이트 중심의 페이스북을 모바일 앱 중심의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바 있으며, 지금의 핵심 서비스로 성장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스토리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소셜미디어 업계 1인자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기능인 샵스(Shops)를 추가해 또 다른 수익 원천을 발굴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가 두 번에 거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메타 직원이 자사의 경쟁력에 확신을 갖고 있었고, 아직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은 메타버스가 언젠가는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현직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설문조사에서는 58%가 “메타가 메타버스 세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메타가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면에서 분명한 선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이 VR 기기가 보편적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메타버스 생태계에 광고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