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빅테크·핀테크에 이어 에듀테크 시장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인데요. 로아가 그 이유와 업계 현황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중국 에듀테크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쭉 성장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펼쳐지며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시장조사 업체인 스타티스타(Statista)는 2020년 중국의 온라인 교육 시장이 5년 전의 3배가 넘는 3150억 위안, 한화로 약 54조8667원 규모까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 최근 3년 사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중국 주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총 투자금액 높은 순)
이에 따라 중국 내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한 상황입니다. 이들이 2020년에 유치한 총 투자금은 105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그 전 3년 동안 유치한 투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특히 막대한 규모로 주목을 받은 기업들도 있습니다. 위안푸다우는 155억 달러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줘예방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학생의 수가 일평균 5천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정부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들이 중국의 뜨거운 교육열과 부모의 불안감을 악용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수백만 명의 부모들로 하여금 소득의 많은 부분을 사교육에 쏟아붓게 만드는 한편 어린이들의 부담감을 가중 시키며, 소득격차에 따른 학업격차를 심화 시킬 수도 있다고 중국정부는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들은 동일한 배우를 섭외해 수학·영어 전문 선생님으로 출연시키며 “부모의 선택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요, 부모의 불안심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이런 메시지는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한동안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 논란이 된 광고에 대해 비평하는 영상을 게재한 네티즌
약 4개월 뒤인 5월 중국정부는 방과 후 사교육의 가격에 제한을 두는 한편 논란이 된 광고를 내보낸 스타트업들에 허위광고혐의로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곧이어 5월30일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인용하여 중국 교육부가 사교육 플랫폼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중국 현지 언론도 중국 교육부가 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의 제공 금지, 숙제 제한, 사교육 강사들에 대한 면허취득 강제 등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블룸버그의 보도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정부가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배경에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고삐를 죄고자 하는 ‘속내’가 들어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내 에듀테크 업계의 가장 큰 투자자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로컬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집중 강화하고 있는 중으로, 올해 4월에는 알리바바에 27억5천만 달러 규모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같은 달 텐센트 등 13개 빅테크 기업들은 강화된 데이터 및 대출 규제를 준수할 것을 요구 받은 바 있습니다.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주요 사교육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투자한 스타트업들마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정부가 규제강화를 발표한데 따른 여파는 곧바로 GSX테크에듀·TAL에듀케이션 그룹·뉴오리엔탈 에듀케이션&테크놀로지 그룹 등 주요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교육업계 센티먼트*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해당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3월 이후 총 550억 달러가량 감소했습니다.
*센티먼트: 오르는 주식은 팔고 떨어지는 주식은 구매하는 것으로, 이른바 ‘역투자 전략’으로 해석 가능함.
▼ 최근 3개월 동안 GSX 주가변화
주요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이아이피키드(VIPKid)와 훠화쓰웨이(Huohua Siwei)는 수개월 동안 추진해 온 미국 상장 계획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투자한 줘예방도 상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텐센트가 투자한 위안푸다우 역시 당분간 기업공개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5월19일에 미국증시에 상장하고자 서류를 제출한 장먼(Zhangmen) 에듀케이션이나, 5월25일에 홍콩에서 상장하고자 기업공개 서류를 제출한 쟈이(Jiayi) 등 스타트업들은 중국정부의 규제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기업공개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모두 규제강화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만큼, 중국정부의 엄격한 잣대가 투자자들의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빅테크와 핀테크에 이어 에듀테크 업계까지 중국정부의 규제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