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 기업인 AT&T가 HBO 맥스(HBO Max)의 광고 기반 저가 버전을 런칭했습니다. 월 14.99달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와 비교하면 달라진 부분이 몇 가지 있다고 하는데요. HBO 맥스의 새로운 버전이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이러한 행보가 스트리밍 광고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HBO 맥스는 워너브라더스의 작품 및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월 14.99달러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저가 버전의 경우 9.99달러의 가격이 책정되었는데요, 가격이 낮아진 대신 화질과 제공 콘텐츠에 일부 제한을 두었다고 합니다.
화질의 경우 기존 버전이 최대 4K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최대 품질이 1080p로 제한되며, 기존 버전에서는 개봉 당일 제공되는 워너브라더스 신작을 광고 기반 저가 버전에서는 수개월 후부터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청 시간 한 시간당 최대 4분의 광고가 재생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5월 런칭된 HBO 맥스의 기존 버전은 운영사 AT&T의 혼란스러운 스트리밍 브랜딩 전략 및 배급사들과의 분쟁, 이로 인한 콘텐츠 접근 제한성 때문에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월 14.99 달러의 높은 서비스 이용 가격도 가입자 모집을 막는 요소라는 지적을 받아왔죠.
하지만 이번 광고 기반 저가 버전의 런칭으로 HBO 맥스는 경쟁사와의 가격 격차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동시 재생과 HD 스트리밍이 제한되는 베이직 요금제가 8.99 달러, 스탠다드 요금제가 13.99 달러이며, 디즈니+의 가격은 월 7.99 달러이기 때문에 타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하면 저렴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AT&T는 HBO 맥스의 저가 버전이 "스트리밍 업계에서 가장 낮은 광고 부담"을 보장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컴캐스트의 피콕(Peacock)이나, 디스커버리+의 광고시간은 시청 시간 한 시간당 최대 5분으로 HBO 맥스보다 길기 때문이죠.
그리고 맞춤형 광고에 있어서도 HBO 맥스가 강점을 드러낼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런칭 시점에 HBO 맥스가 이미 35개 광고주를 확보했으며, 광고주들이 특정 콘텐츠 블록을 소유할 수 있는 브랜드 블록(Brand Block) 등 다양한 광고 포맷을 제공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맞춤형 광고 개인화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데이터 수집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실시간 리포팅이나, 특정한 고객 범주를 특정한 광고 패턴과 매칭하여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툴들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최근 스트리밍 업계 후발 주자들은 광고 기반으로 가격 부담을 낮춘 서비스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입니다. 이렇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최근 스마트 TV 및 커넥티드 TV* 보급이 본격화되며 기존 TV 광고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기 때문입니다.
*커넥티드 TV : TV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디바이스
경쟁에 뛰어든 여러 서비스들은 스트리밍 광고가 핵심 타겟인 18~49세 연령 시청자들에게 도달하기 유리할 뿐만 아니라, 특정 고객별 정밀 타겟팅도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일명 어드레서블 TV(addressable TV) 광고라 불리는 이 같은 정밀 타겟팅 기반 TV 광고는 TV 광고의 미래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캐스트나 디스커버리, AT&T 같은 기업들이 홍보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정밀 타겟팅은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업자들이 어드레서블 TV 광고 시장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중으로,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의 경우, 최근 AT&T의 미디어사업부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를 합병시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라는 이름의 신설 법인을 설립하기도 하였습니다.
AT&T가 HBO 맥스의 저가 버전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어드레서블 TV라는 미래 매출원을 창출하려는 모습은, 오랫동안 구독과 광고를 통해 매출을 창출해 왔던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똑같은 수익화 모델을 적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이 잘 먹힐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커넥티드 TV’ 사업자가 경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아마존과 로쿠 등의 사업자는 커넥티드 TV 플래폼을 장악하여 광고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는중인데요. 특히 이 두 기업은 IAB(인터랙티브 광고 협회)의 디지털 광고 이벤트에 참여하여 자사의 광고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콘텐츠의 월평균 유저수가 1억 2천만 명 이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타겟 광고 기술을 보유한 닐슨(Nielsen)의 동영상 광고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스트리밍 광고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죠.
이처럼 유료방송 사업에 기원을 두고 있는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들과 디바이스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고객을 장악한 아마존 · 로쿠 등의 사업자들 모두 어드레서블 TV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쟁의 격전지에서 합병법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통해 HBO 맥스가 다크호스가 될수 있을지, 아니면 그동안 타임워너의 막강한 미디어 자산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통신사 특유의 복잡한 오퍼링과 혼란한 전략으로 고전했던 전철을 반복할지는 일단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