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슈들로 시끌시끌한 뉴스판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오다가다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메타버스(Metaverse)'가 그 주인공이에요.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verse)가 합쳐진 단어로, '가상공간 속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메타버스 구축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게임 회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도 연신 집중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편에서는 지난 편에서 살펴본 '메타버스를 규정하는 조건'에 이어 실제 메타버스 구축에 나서고 있는 사업자들의 사례를 살펴볼까 합니다.
메타버스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인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유명한 배틀로얄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진보된 3D 창작 플랫폼을 제공하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운영사입니다.
포트나이트는 게임으로 출발해 소셜 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해 왔어요. 예전의 10대들이 친구들과 몇 시간씩 통화하는 것으로 여가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의 10대들은 포트나이트에 접속해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합니다.
VC 투자자이자 전직 아마존(Amazon) 임원인 메튜 볼(Matthew Ball)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이유로 들며 에픽게임즈를 메타버스 창조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사업자로 꼽았어요.
에픽게임즈 CEO인 팀 스위니(Tim Sweeny)도 포트나이트가 게임인지 플랫폼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포트나이트는 게임이지만, 같은 질문을 12개월 뒤에 다시 해달라"고 답하며 포트나이트의 비전이 게임 이상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포트나이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 되기 이전부터, 많은 브랜드들에 의해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어요.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행사 가운데, 미국 힙합 가수인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가상 콘서트와 2019년에 열린 라이브 마시멜로(Mashmello) 콘서트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합니다.
▼포트나이트에서 라이브로 열린 마시멜로(Marshmello) 콘서트
포트나이트는 '나이키 에어 조단'이나 '존윅(John Wick)' 영화 프랜차이즈 등 다른 브랜드와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해 왔는데요, 포트나이트 맵 내의 일부 공간을 특정 테마의 미니 가상세계로 꾸며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때때로 포트나이트가 아닌 다른 게임의 미적 특질, 아이템, 게임플레이 스타일을 모방한 LTM(Limited-Time Modes)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 분야에서는 DC 유니버스 히어로인 배트맨(Batman)의 홈타운인 고섬(Gotham) 시티를 모방한 LTM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처럼 다수의 IP가 하나의 가상공간에 혼재하여 나타나는 특징이 메타버스가 충족해야 할 조건 가운데 하나인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과 관련되어 주목을 요하고 있어요.
메튜 볼은 이와 관련해 "포트나이트는 캐릭터들이 마블(Marvel) 코스튬을 입고 고섬 시티를 활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디즈니가 공인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바타와 넷플릭스가 공인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아바타가 한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상호운용성'이 메타버스 구축에 있어 에픽게임즈가 가지는 핵심 강점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요.
에픽게임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독립 게임엔진인 '언리얼(Unreal)'의 운영사이기도 해요. 따라서 이와 같은 상호운용성을 포트나이트 외부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의 확장성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로블록스(Roblox)는 2021년 3월 메타버스 붐을 등에 업고 400억 달라(한화 약 45조4680억 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게임 플랫폼이자 게임 제작 시스템입니다.
로블록스는 게임 속에서 누구나 아이템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이코노미를 구축했어요. 로블록스의 이코노미는 Robux라는 이름의 사이버 머니를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사용자들은 Robux를 이용해 게임 속 아이템과 경험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아이템이나 경험을 제작·판매하여 Robux를 벌어들일 수도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이미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량이 로블록스에 가입하여 가상세계 안에서 게임을 만들거나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Robux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카테고리 예시와 거래 시스템
이런 이유로 메타버스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는 로블록스는 상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자사 '투자자의 날(Investor Day)'에 메타버스 비전의 여덟 가지 원칙(tenet) 가운데 하나로 '활발한 이코노미(economy)'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늘어나며 로블록스 속 게임 개발자와 크리에이터의 수익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에요. 2020년 9월30일 종결된 9개월을 기준으로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창출한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90%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을 대체할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며, 에픽게임즈를 비롯한 회사들에서 메타버스에 먼저 '착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에픽게임즈와 로블록스를 제외하고 메타버스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페이스북(Facebook) 등이 거론되고 있어요.
로블록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 투자금이 5천만 달러(한화 약 565억8천만 원) 미만이던 메타버스 스타트업 렉룸(Rec Room)은 로블록스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세계 최대 규모 VC인 세퀘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과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리드로 신규 투자 1억 달러(한화 약 1129억 원)를 유치하기도 했어요.
이밖에 홍콩의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 자회사 TSB Gaming도 사용자가 생성한 게임 아이템이나 가상 토지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샌드박스 마켓플레이스를 런칭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