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 Jun 20. 2022

화성방조제, 우리는 지금 어느 길을 달리고 있을까요?

길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하죠. 그렇다면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굴곡 한번 없이 달린다면 어떨까요? 과연 그 길이, 그 인생이 재밌을까요? 


가끔은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급하게 휘어지기도 해야 재밌지 않을까요? 혹은, 잘못 들어섰다면 과감하게 유턴하는 용기도 필요하겠죠? 


바닥 치는 삶을 사는 저 같은 사람이 자기변명을 위해 궤변을 늘어놓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지금,  달려온 길을 돌아보니 한 번도 직선 길을 오래 만난 적이 없었네요. 그래서 그런 길을 달려보고 싶었습니다. 


화성방조제, 직선 길을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요?



제부도와 궁평리로 나눠지는 갈림길에서 저는, 궁평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유는 오랜만에 화성방조제를,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을, 시원스럽게 달려보자는 생각에서였죠. 


이곳도 제가 자주 드라이브하는 코스 중 하나입니다만, 공사 초기부터 다니던 것을 생각하면, 꽤 오래되었네요. 


우선, 궁평항에 먼저 주차를 했습니다. 여기는 올 때마다 느끼지만,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낚시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싱싱한 생선회를 먹기 위해 오는 사람도 상당히 많습니다. 


2010년. 궁평항과 궁평리 유원지를 이어주는 도로. 이곳도 밀물 때면 도로가 잠깁니다. 이 당시는 차량통행도 가능했죠.


현재는 이렇게 다리가 놓였습니다.


낚시 좋아하는 친구가 이곳을 보면 아마 환장할 겁니다. 요즘 일이 바쁘다고 낚시 못한 지 한참 됐다던데, 아마도 제가 여기 왔다는 것을 알면, 속이 좀 쓰릴 겁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낚시하러 같이 이곳에 왔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던 기억도 납니다. 잘 잡히는 좋은 곳은, 일찍 자리가 차거든요. 


궁평항을 잠깐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제 화성방조제를 달릴 겁니다.


화성방조제


화성방조제는 지금 제가 출발하려는 궁평항과 매향리 사이의 바다를 막은 방조제입니다. 1991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2003년에 물 막음 공사가 끝났답니다. 그리고 2007년에 드디어 편도 2차선, 왕복 4차선의 길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거의 10km에 달하는 길이, 곧은 직선입니다. 이렇게 달리니,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습니다. 정말 한참을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길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쯤, 먼 거리에 있던 점이 점점 크게 확대되어, 실체가 되고, 드디어 도로 끝 지점에 도착하고서야 제가 달린 길이 얼마나 길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곳, 이곳은 바로 매향리입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마을 매향리.


매향리 역사기념관, 종합복지관 건립 예정지. 한때 사람들의 북적임이 좋아 보였던 이곳. 그런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 군요.

 

이렇게 '매향리 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 나갔습니다. 10km에 이르는 직선 길을 다시 달리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사실 너무 직선인 길은 재미가 없네요. 인생도 그렇지만, 길도 약간은 구불구불해야 달리는 맛이, 아니 달린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한 점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은, ‘한 가지 목적만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 같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화성방조제를 달려보세요. 


지금 내가 목표를 정하고 달리는 길이, 내 인생에서 지루한 길인지 아닌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용주사, 효심을 일깨우는 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